[사설] 한·일·중 FTA 협상 재개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

입력 2024-05-27 18:02   수정 2024-05-28 06:58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와 정상회의를 하고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또 향후 10년간 3국의 지식재산 협력 비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제 한·중 정상이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데 이은 것으로 나름의 외교 성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한·일·중 FTA 협상 개시 선언은 2012년 11월 나왔으며 2019년 11월까지 모두 16차례 협상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틀어진 데 이어 일본이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식어버렸다. 일본과 중국도 역내 무역 주도권을 쥐기 위해 별도의 다자간 무역동맹으로 맞섰다. 지금 상황이 과거에 비해 조금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3국 간 FTA 협상 재개 땐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우선 중국과는 별도의 FTA가 있고, 일본과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통한 우회 FTA가 있다. 일본과의 무역은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본산 소재나 부품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반면 한국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현지 점유율은 바닥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무역장벽을 치는 것은 아니지만 FTA를 통해 얻을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이 FTA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관계에다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의 품목에서 미국의 관세폭탄을 맞았다. 경기 부진을 타개하려면 미국 수출 감소분을 메울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자국 기업의 과잉생산 제품을 밀어내기 위해 갑자기 FTA를 들고나왔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중국은 해킹 등을 통한 기술 탈취, 막대한 정부 보조금,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강제 노동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불공정 무역국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호 무역 확대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꾀하는 것과 별개로 자칫 중국의 자유무역 선전에 한국이 들러리 서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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