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승진 뒷돈' 27억 수수…부산항운노조 73명 재판行

입력 2024-05-27 19:00   수정 2024-05-28 00:24

검찰이 독점적인 조합원 추천권을 이용해 채용 비리를 저질러 온 부산항운노조 관계자 70여 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밝혀낸 부산항운노조의 불법 청탁금은 27억여원으로 역대 최고 규모다.

▶본지 2월 13일자 A1, 4면 참조

부산지방검찰청 반부패사수사부(부장검사 김익수)는 부산항운노조 상임부위원장 2명, 지부장 3명 등 간부 15명을 구속하는 등 총 73명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은 임시 조합원을 정식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주는 대가로 금품을 뜯어내고 청탁 액수에 따라 급여 및 복지 혜택이 좋은 업체에 조합원을 우선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항운노조는 정조합원 7280명과 임시조합원 2429명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항운노조다. 부산항만구역에서 항만·농수산물 하역 업무에 대한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유일한 노동조합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특정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만 채용할 수 있는 독점적인 근로자 공급 권한을 악용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왔다.

특히 항운노조 A지부장은 채용 청탁금으로 7억4500만원을 챙긴 뒤 1억4000만원을 가족에게 현금으로 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B반장은 노조원을 상대로 윗선에 청탁해 채용·승진시켜 주겠다고 허위로 약속한 뒤 1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신용협동조합 C전무는 승진을 대가로 청탁금을 수수하면서 청탁자들이 신협에서 불법대출을 받도록 알선하고 4억원 상당의 해외 원정 도박까지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채용 청탁자의 통장·체크카드, 비밀번호가 기재된 백지출금 전표 등을 노조 간부에게 줘 공여자가 사용한 것처럼 가장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신종 범죄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부산항운노조를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전면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채용 청탁 대가로 수수한 금품은 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사로 노조 관계자들이 2019년 수사 대상자들에게 검찰 출석 전 허위 진술을 교사해 5년간 범행을 은폐해 온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검찰은 200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부산항운노조에 대한 대규모 집중 수사를 벌인 바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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