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예민한 소년이 6년 만에 능청스러운 '투멤남'이 됐다. JTBC '스카이캐슬'을 통해 주목받았던 송건희는 오늘(28일) 종영하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선재(변우석 분)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온 임솔(김혜윤 분)의 첫사랑 김태성 역을 맡았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잘나가는 그 아이'의 모습부터 의외로 미래에서 온 임솔에게 진심인 순정파의 면모까지 보여주면서 여심을 쥐락펴락했다. 송건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우 수도 "방송 시작 전엔 28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만명 정도 돼 3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줄 거라 생각하지 못해 방송되던 시간 동안 정말 행복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으뜸이' 류선재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 임솔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김태성은 임솔이 류선재에게 마음을 빼앗기기 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밴드부 베이스 담당이었다. 빼어난 얼굴로 주변의 일진들까지 "내 남자"라며 욕심을 냈던 존재였지만, 고3의 얼굴로 살아가는 34세 임솔에게 반해 그의 첫 남자친구가 된다.
싸이월드 '투멤남', '얼짱' 출신 쇼핑몰 사장 등의 설정을 비롯해 "네가 내 별이다"와 같은 인터넷 소설의 대사를 그대로 읊으며 그 시대의 아이콘이 됐던 송건희는 본래 1997년생으로 극의 배경이 됐던 시기엔 초등학생이었다. 그런데도 "저도 싸이월드를 사용했었다"며 "그땐 게임에 더 빠져 있었지만, 도토리로 캐릭터를 꾸미고 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성으로 분하기 위해 그 시기 남성들의 패션을 주도했던 배정남이 신던 신발까지 어렵게 공수해 착용할 만큼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였고, 10대는 물론 20대, 30대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변화를 연기했던 송건희이지만 "이 작품 출연 전에 번아웃이 왔었다"고 고백했다.
송건희는 "'스카이캐슬'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면서 아르바이트와 학업도 병행했다"며 "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쉬지 못하고 일만 하느라 MBC '조선변호사'를 마친 후 뭔가 텅 빈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 못할 거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나이도 차고, 군대도 안 다녀와서 마음도 조급해졌어요. 그래서 '시간을 좀 갖자'하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을 계획하던 중 '선재 업고 튀어'를 하게 된 거예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너무 하고 싶던 역할이라 남은 힘을 짜내서 하게 됐는데,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태성이의 여유 있고, 능글맞고, 유연한 사고를 연기하면서 저도 편해지고, 자유로워졌어요. 그래서 새로운 출발점이 됐어요."
'선재 업고 튀어'를 촬영하면서 가장 도움을 받은 인물로 '스카이캐슬'에서 함께 주목받았던 김혜윤을 꼽았다. 6년 만의 재회가 결정된 후, 김혜윤이 "네가 내 첫사랑이야?"라는 반응을 보였고, 그는 "내가 누나를 좋아해야하나?"라고 맞받아쳤다고. 송건희는 이후 촬영장에서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점에서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첫 촬영부터 '누나랑 태성이로 연결될 수 있겠구나' 느껴졌다"며 "편한 '티키타카'가 될 수 있을 거 같았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시청률 대비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3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송건희 역시 변우석과 김혜윤에 이어 TV-OTT 출연자 종합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쏟아지는 관심에 송건희가 과거에 KBS 1TV '도전 골든벨'에 출연했던 영상까지 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송건희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최후의 3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정답과 맞춘 후에 보여주는 눈웃음이 극 중 태성이의 모습과 동일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송건희는 이런 관심들이 "신기하다"면서 "저도 까먹고 있던 영상들이 올라와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관심에 더해 더욱 다양한 장르,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차기작을 물색 중이라는 송건희는 "지금은 다시 채우는 과정"이라며 "영화, 드라마, 공연 닥치는 대로 많이 보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채워가고 있다"면서 새 작품을 위한 준비를 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장르물을 해본 적이 없어요.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 같은 장르도 좋고요. 얼마 전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를 봤는데, 그렇게 한 공간 안에서 한계치를 찍는 캐릭터도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정통 멜로나 코미디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가족 드라마도 하고 싶네요. 너무 많은가요? 안 해본 게 많아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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