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제주 스타벅스에서는 1000원을 내고 이용하던 '다회용컵'이 사라지고 다시 평범한 1회용 플라스틱 및 종이컵이 사용된다. 스타벅스를 포함해 다회용컵을 사용하던 50개 매장이 동일하다.
제주 50개 매장에서 다회용컵 관리를 맡았던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해서다.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환경 보호 차원에서 다회용컵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지만, 현실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다회용컵 공급부터 수거, 세척, 재공급을 맡아온 한 사회적 기업이 다음달 4일부터 제주 사업을 철수한다. 이유는 다회용 컵 운영 적자 때문으로 파악됐다.
다회용컵 보증금제는 1000원을 더 내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구입한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도내 다회용컵 보증금제 매장은 스타벅스 30개 전 매장을 포함해 총 62곳이다. 이 중 도가 사업을 주도해 제도가 유지되는 우도 내 12개 매장을 제외한 나머지 50곳에서 다음주부터 다회용컵이 사라진다.
지난해 제주에서 사용된 다회용컵은 399만7000여 개다. 우도에서 한해 사용되는 다회용컵 2만여 개를 제외하더라도 1년에 400만 개에 육박하는 일회용컵이 돌아오는 셈이다.
50개 매장은 제주에서 시범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매장으로 전환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보증금 300원인 컵을 반환하면 이를 돌려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감축 충력전을 펼치는 제주는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품 사용 억제보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서다. 이마저도 제주에는 일회용컵 재가공 시설이 없어 제대로 된 재활용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사실상 전국 의무화 철회로 실효성도 약해졌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지자체 자율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제주에서 보증금제에 참여하는 매장 비율은 96.8%에서 올해 1월 54.7%로 반토막 났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10월에만 71만여개에 달했던 반환컵 갯수는 올해 들어 매달 30만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도는 다회용컵 세척시설을 인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국비를 들여 다회용컵 세척시설을 만든 우도를 제외하고는 민간에서 사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철회를 막긴 어렵다"고 말했다.
송종현 한경닷컴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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