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 국산화

입력 2024-05-28 16:02   수정 2024-05-28 16:03

환경부 올바로시스템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19만5351t에서 2021년 21만7915t으로 11.6% 증가했다. 처리 비용(3년 단위 집계)은 2019년 1t 기준 100만4000원에서 2022년 139만7000원으로 39.1% 급증했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운송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의료폐기물은 대부분 소각시설에서 처리하는데 이미 포화 상태다. 전국에 처리할 수 있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은 13곳에 불과하다.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병원이 직접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멸균분쇄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외국산에 의존하던 멸균분쇄시설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대전의 바이오 장비 제조기업인 바이탈스(대표 전기수)는 병원에서 배출한 의료폐기물을 고온·고압·증기 시스템으로 완전 멸균 처리해 일반폐기물로 전환할 수 있는 멸균분쇄장비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장비는 고온의 증기를 의료폐기물 내부 깊숙이 침투시켜 잘게 분쇄한 뒤 증기에 압력을 가해 내부 온도를 140도까지 높여 멸균시킨다. 프로펠러형 구조를 도입해 100㎏의 폐기물을 15분 안에 분쇄할 수 있다. 챔버 내부의 온도를 빠른 시간에 높이고, 구석까지 원활한 열원 공급을 위해 다중노즐 스팀 시스템을 장착했다. 또 정형화된 모델의 외국산 제품과 달리 공간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제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4건의 의료폐기물 처리장치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해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NeT)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충남대병원에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해 환경부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병원 측은 올해부터 의료폐기물을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장을 보내지 않고 시설을 활용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시설을 활용할 경우 1000병상 기준으로 연간 4억원 정도의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기수 대표는 “해외의 경우 의료폐기물을 43%만 소각하고 57%를 비소각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소각 처리할 경우 환경오염을 줄이고, 탄소 저감과 ESG 경영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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