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포함하는 상법 개정 검토"

입력 2024-05-28 11:27   수정 2024-05-28 11:29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기업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있다"며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가 6~7월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상법 382조의 3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주주로서 갖는 1주의 가치) 또는 ‘총주주’(전체 주주)를 추가하자는 상법 개정의 요지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선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가 빠져있다는 점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회사가 아닌 특정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 만큼 일반주주의 이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최 부총리는 "상법을 개정하는 방법과 반영하는 안이 여러 가지인 데다 미국과 법률 체계도 달라서 외국법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다"며 "여러 대안을 고민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소액 주주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여러 차례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최 부총리는 이날 거시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최근 법인세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기반 약화 우려에는 소득세 등 다른 세수 흐름을 양호하다며 "작년과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3월 국세 수입(84조9000억원)은 1년 전보다 2조2000억원 감소했다. 3월 법인세 수입이 5조6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최 부총리는 "다른 세수는 예측대로 가는데 법인세 세수가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다"라며 "부가가치세·소득세 흐름은 괜찮아서 이들이 얼마나 법인세 세수를 보완하느냐에 따라 올해 세수 전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세수 추계 제도 개선을 생각 중"이라며 정확한 추계를 위해 개별기업을 직접 인터뷰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서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라며 "민생을 지원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같이 유지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대로 그대로 갔으면 국가 채무는 현 정부가 목표한 숫자와 100조원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3.1% 정점에서 4·5월 더디지만 하락세를 보인다"라며 "특별한 추가 충격이 없다면 당초 전망대로 2% 초중반에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전망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상황, 글로벌 시장 가격 동향 등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상황이 각각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지하철 요금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직구 소액면세 한도 상향 여부에 대해서는 "방향성을 잡지 않고 있다"라며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검토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1주택 등 종합부동산세 완화론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야당 공식 의견이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고 판매수익금의 소외계층 지원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의견을 수렴할 이슈"라며 "공청회 등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려면 당첨 확률을 낮추거나 복권판매금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상품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로또 당첨금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사행성 우려로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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