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갚을 돈 510억에 주가 급락까지…한미家 형제 '초비상'

입력 2024-05-28 16:02   수정 2024-05-29 10:25

이 기사는 05월 28일 16: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2세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체결한 대출계약 만기가 속속 돌아온다. 당장 다음 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금만 510억원에 이른다.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에게 빌린 개인 채무까지 고려하면 800억원까지 불어난다. 그동안은 담보를 추가 지급해 주담대 계약을 연장해왔지만 활용 가능한 주식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있어 담보유지비율(LTV)을 높이는 조건으로 연장하기도 힘들다. 체결돼있는 주담대 계약들도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경고등이 켜졌다.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상속세와 개인 빚 해결을 위해 2018년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왔다. 임 이사는 보유 주식의 97%를 주담대에 활용했다. 지분율 10.14% 중 9.79%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대차계약과 납세담보에 쓰였다. 임 대표도 보유지분 10.80% 가운데 5.78%를 주담대로, 나머지는 납세담보와 대차계약에 활용했다.

주담대 계약은 이날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임종윤 이사가 세 달 전 NH투자증권과 지분 0.41%(27만9721주)를 담보로 체결한 80억원 규모의 대출계약이 만료된다. 이를 시작으로 6월 10일 하나증권(55억원), 12일 미래에셋증권(61억원), 14일 한국증권금융(115억원), 24일 NH투자증권(110억원)과의 대출계약이 순차대로 만기된다. 동생인 임종훈 대표도 24일 NH투자증권(35억원), 25일 삼성증권(30억원)에게 65억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연 이자율 5%를 적용하면 이들이 다음 달 갚아야 할 대출금은 최소 510억원 이상이다.

임 이사는 여기에 별도로 여동생인 임주현 부회장으로부터 빌린 사적 채무도 변제해야 한다. 임 부회장은 두 달 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무담보로 빌려간 266억원을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변제 기간이 6월 중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자(5%)까지 고려하면 28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다음 달까지 갚아야 한다.

6월 한 달 동안 8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이들 형제가 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주담대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주가가 떨어져 대출 가능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처음 주담대 계약이 체결됐던 2018년만 해도 LTV 조건은 70%에 불과했는데, 2020년 이후 LTV는 150~180% 선에서 책정돼왔다. 신규로 대출을 일으키기엔 활용 가능한 주식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최근 임종훈 대표가 자녀 주식까지 끌어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 여력이 사실상 턱밑까지 찼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담대 계약 상당수에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경고등이 켜져있다. 계약 체결 당시만 해도 한미사이언스는 6만~7만원대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3만1000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태다.각 계약마다 LTV가 상이하지만 대체로 마진콜 가격은 3만원 초반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오너 일가는 1년 전에도 반대매매 위기에 놓였던 적이 있었다. 임 이사는 작년 초 한 증권사와 약 70억원 규모로 주담대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 주가가 일시 하락하면서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았다.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면서 가까스로 반대매매 위기에서 벗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계약 만기에 주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오너 일가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면서 "마진콜 상황이 발생해 추가 담보가 보강되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현실화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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