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신장학회에도 분 ESG 바람…‘친환경’ 투석기 개발경쟁

입력 2024-05-28 15:43   수정 2024-05-28 15:44



지난 2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럽신장학회(ERA)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키워드’였다. 신장투석기 등 의료기기 개발업체들은 폐기물 배출은 최소화하면서도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기기들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인공투석기기 업체 프레제니우스 메디칼케어(FMC), 가정용 복막투석기로 유명한 박스터 등의 의료기기 기업들은 지난 23~2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 2024)에 참가해 최신 의료기기를 공개했다. 신장에서 혈액이나 노폐물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는 신장질환 환자들은 신장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신장 투석을 받기도 한다. 혈액투석 시장은 미국 FMC와 박스터 등 미국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다.

FMC는 투석기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혈액량(EBV)을 세계에서 최소화한 혈액투석기를 공개했다. 혈액투석이란 환자의 혈액이 관을 타고 체외로 나와 투석기를 통과한 후 다시 체내로 유입되는 치료다.

마르코 루에고 FMC 마케팅 책임자는 “관은 PVC 프리의 친환경 소재 ‘바이오파인’을 사용했다”며 “바이오파인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EBV를 줄이기 위해 혈액회로(bloodline)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혈액량이 줄면 혈액에서 나온 노폐물의 절대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의료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에고 책임자는 “혈액이 투석기를 도는 과정 자체를 압축, 단축시키는 연구개발(R&D)을 진행해 개발했다”며 “세계 다른 인공투석기기 개발 경쟁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FMC보다 적은 EBV를 갖고 있는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스터는 복막투석기를 선보였다. 복막투석이란 환자 복강에 관을 삽입하고 노폐물 등을 배출하는 치료법이다. 환자 몸 안에 깨끗한 투석액을 6시간가량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 투석액을 보관하는 ‘복막투석액백(bag)’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ERA 현장에서 만난 박스터 관계자는 “백 소재 자체는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가정용 복막투석에서 사용되는 백은 재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재활용,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숙제지만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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