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칩을 조합해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패키지를 개발하는 게 중요해진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설계에 강점이 있는 AMD와 제조 노하우를 갖춘 삼성이 힘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아이멕테크놀로지포럼(ITF) 월드 2024’ 연설을 통해 3㎚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통한 차세대 칩 양산 계획을 공개했다.
GAA는 반도체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의 누설 전류를 줄여 칩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GAA 기술을 활용해 3㎚ 공정에서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AMD가 삼성전자와의 3㎚ 파운드리 협업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AMD가 삼성전자를 3㎚ 파운드리 협력사로 낙점한 건 저전력 칩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AI 서버에 ‘전기 먹는 하마’란 별명이 붙은 배경엔 연산하는 데 많은 전력을 쓰는 반도체가 있다. AI 반도체를 설계해 서버 업체에 공급하는 AMD에는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낮추는 게 숙제다.
GAA는 누설 전류를 줄이는 기술이다. GAA 공정을 통해 양산된 칩은 일반 칩 대비 전력 효율성이 20~3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CEO는 이날 연설에서 “3㎚ GAA 공정은 반도체를 보다 전력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TSMC의 3㎚ 공정이 애플, 퀄컴 등의 칩을 만드느라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인 것도 삼성과의 협업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AMD와의 3㎚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두 회사의 협업이 GPU·HBM ‘턴키 서비스’로 확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AMD의 최첨단 GPU를 양산하고 HBM을 공급한 뒤 두 반도체를 연결하는 ‘최첨단 패키징’까지 책임진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AMD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며 “TSMC 추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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