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공급 가뭄에…살아난 '분양권 거래'

입력 2024-05-28 17:37   수정 2024-06-05 15:46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분양권(청약 당첨 후 새 입주 권리)과 입주권(조합원의 새 아파트 입주 권리) 거래가 활발하다. 전반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밀리면서 분양권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신규 분양 단지는 공사비 급등으로 일반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분양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규 분양과 입주 물량 감소 속에 새집으로 옮겨 가려는 수요자가 분양권·입주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 분양권 거래, 3배 늘어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권은 121건이 손바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건)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입주권까지 포함한 거래량은 14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2건)의 두 배를 웃돈다. 이날 기준으로 지난달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54건이다. 부동산 거래 신고는 통상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다. 지난달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55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지역별 분양권 거래를 살펴보면 강동구가 37.2%인 45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17건)와 마포구(16건)가 뒤를 이었다. 오는 11월 입주할 예정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과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들어선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신고가 건수도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분양권 신고가 건수는 2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건)보다 크게 늘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는 지난 8일 21억5897만원에 거래됐다. 종전 신고가(21억404만원)보다 약 5000만원 높다. 11일 강동구 성내동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전용 84㎡ 분양권도 전고점인 11억894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른 12억원에 팔렸다. 강동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없었던 분양권 문의가 최근 확 늘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분양가 상승으로 입주권 관심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 분양권 매수세가 늘어나는 이유로 공사비 상승으로 치솟는 분양가와 신규 공급 부족 등을 꼽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5로, 2년 전보다 9.2% 올랐다.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분양가는 3.3㎡당 3891만원으로, 1년 전 동기보다 26.75% 뛰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급등으로 예전 분양가 수준의 새 아파트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공사비 리스크가 작은 신축 분양권·입주권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공급 가뭄도 기존 분양권 거래가 증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1만1422가구로, 지난해(3만2975가구) 대비 3분의 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이 줄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예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최근 부동산 정보 업체 직방 조사에 따르면 4월까지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6개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24.9 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45.6 대 1)보다 2.7배 높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신규 공급 물량 감소로 분양권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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