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니다…'SNS 벼락 스타'의 악몽

입력 2024-05-28 18:00   수정 2024-05-29 00:22

진화생물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 폴 매튜(니컬러스 케이지)는 하루아침에 인플루언서가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꿈속에서 매튜 교수를 봤다는 사람이 계속 생겨나면서다. 어떤 여성은 “꿈에서 당신과 사랑을 나눴다”며 접근하고, 세계적 브랜드 기업이 광고를 제안한다. 얼떨떨한 매튜 교수의 마음속에선 자연스러운 욕심이 생겨난다. 인기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사람들이 알아봐 주길 원하고, 자신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면 싶다.

은근한 관심을 즐기던 매튜 교수의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매튜 교수가 등장하는 꿈이 모두 악몽이 되면서다. 그를 향하던 관심과 호감은 격렬한 적대감으로 바뀐다. 그는 생계를 위협받고 가족들까지 피해를 본다. 매튜 교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꿈일 뿐이잖아요”라고 호소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가족들조차 그에게 등을 돌린다. 이유 없이 찾아온 인기는 반대로 아무 이유 없이 그의 삶을 파괴해 버린다.

29일 개봉한 영화 ‘드림 시나리오’는 아무런 잘못이나 책임이 없는데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비난과 공격을 받아야 하는 ‘캔슬 컬처’의 단면을 보여준다. 캔슬 컬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한다는 뜻으로 유명 인사들이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 등에서 보이콧하는 현상이다.

영화 속에서 대중은 꿈과 실재를 구분하지 않고 사실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가 핵심 소재를 꿈으로 택한 것은 그래서 적절했다. 꿈은 인과관계가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불쾌함이나 황홀함처럼 어렴풋한 감각과 감정만을 남긴다. 영화는 ‘디지털 린치’가 가해지는 과정을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경고한다. 당신들 가운데 누구든 매튜 교수가 될 수 있다고.

영화의 메시지 자체는 평범할 수 있지만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은 제법 신선하다. 영화 내내 꿈과 현실이 불쑥불쑥 뒤바뀌기도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해지는 장면들이 연출되는데 꽤나 인상적이다.

매튜 교수 역할의 케이지는 “대중의 시선 속에서 살면서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점에서 나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데 필요한 삶의 경험을 갖췄다”며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패스트 라이브즈’ 등을 선보인 A24가 제작을 총괄했다. 제81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고,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102분.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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