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 회장(구미상의 회장·사진)은 “역대 정부가 20년 넘게 추진해온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등 과감하게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역균형발전 정책인 기회발전특구 제도와 결합하면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난 4월까지 경상북도, 경상남도, 대구시, 부산시, 전라남도가 지정 신청을 했다.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는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법인세율을 낮춰 지방 기업의 창업과 이전,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2021년 5월 구미상의를 시작으로 부산·울산·경남상의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2022년에는 구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도 가세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구미갑) 등 국회의원 42명이 ‘지방투자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 특별법은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법인세와 재산세를 10년간 100%, 이후 10년간 50% 감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현 지방시대위원회) 연구 결과, 비수도권 기업의 법인세율을 내리면 세수는 단기적으로 연간 1조5000억원 감소하지만 신규 투자가 8조원, 이전 투자가 42조원 증가해 비수도권 투자가 최대 50조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법인세율 지방차등제가 매년 국가균형발전 예산을 집행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구미상의는 지방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해 성공한 해외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2003년부터 법인세율을 꾸준히 낮춰 2020년 평균 17.1%를 기록했고, 낙후 지역엔 최대 12%포인트 낮은 세율을 적용했다.
이 정책으로 낙후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최대 26%, 인구는 13%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명목 GDP가 10% 이상 늘었다. 이스라엘도 법인세율이 22%에 달하지만 낙후 지역은 최저 5%까지 낮추는 등 법인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윤 회장은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당장 비수도권 전체 적용이 어렵다면 첨단산업 중심으로 우선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자근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기업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