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공시 기준에서 추가된 내용은 무엇이고, 기업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A.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영진과 담당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표를 선정해 공시하는 것은 기존 공시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업은 이번 제도의 도입 취지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주식 공모 시 공시하는 ‘투자 설명서’에는 주주가 부담하게 되는 위험 수준에 대한 설명과 가치 평가(PBR, PER 등)가 제시되는데, 가치 평가에는 반드시 할인율이 포함됩니다.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가치평가를 하더라도 할인율이 내포됩니다. 이 할인율이 자본비용(CoE)이고, 주주 요구 수익률, 주주 환원율의 기준입니다. 기업은 이미 투자 설명서를 통해 자본비용, 주주환원율을 제안하면서 자본을 조달해온 것입니다.
이번 공시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투자 설명서상에서 제시된 자본비용 이상의 주주환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 이번 공시를 통해 모니터링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투자 설명서상 자본비용 이상의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했고,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업은 투자 설명서의 주식 가치평가에서부터 자본비용, 할인율 제시에 신중할 필요가 있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지표와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 재무 이론상 주주환원은 성장과 배당으로 구성되는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비용을 넘어서지 못하면 오히려 기업가치를 파괴하기에 기업은 그 사업의 업황이나 경쟁우위 등을 면밀히 고려해 성장전략과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자본비용 이상의 ROE를 창출하는 성장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면, 적정 수준까지 주주에게 자본을 환원해야 합니다.
주주환원과 관련해 자사주 매입 문제도 있습니다. 자사주는 매입만 해도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재무상태표에 자본 차감으로 공시하므로 굳이 소각하지 않아도 주주환원이 되어야 하지만, 그동안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하는 관행이 있었기에 시장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주주환원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계기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으로 인정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영미 등 선진국에서는 실적 발표 시 질의응답 내용을 녹음해 반드시 홈페이지에 업로드해 기관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참고할 수 있게 합니다. 장기 과제로 우리도 도입할 수 있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주에겐 재산 손실을, 기업엔 자본조달 능력 저하로 인해 경쟁 대열에서 뒤처짐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기업가치 제고는 주주에겐 부의 축적을, 기업엔 경쟁력 제고를 의미합니다. 주주와 기업은 상생 아니면 공도동망의 동반자 관계입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적극 동참해 기업과 주주가 상생 공영하는 미래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규식 피보나치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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