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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창 교보증권 이사
글로벌 주요 시장 역사적 신고가 경신 ? KOSPI는 주춤
지난 20일 기준 전 세계 주요 증시 연간 상승률은 다우 +5.62%, 나스닥 +11.88%, S&P500 +11.29%, 영국 +8.93%, 독일 +12.04%, 프랑스 +8.65%, 니케이225 +16.75%, 상해종합 +6.6%, 홍콩 +15.19% ( H +20.7% ), 대만 +18.63% 이다.반면 코스피 +3.27%, 코스닥 -2.25% 이다. 국내 투자자의 심리상태는 올해 1월과 비슷하다. 연초부터 전세계 주요 시장이 강했음에도 코스피는 3주 연속 하락했다. 상대적인 빈곤감, 실망감, 피로감으로 기관과 개인들의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수급은 외국인 21조 순매수, 개인 14조4000억원 순매도, 기관 6조1000억원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 해외로 가지 않은 자금들은 증시 주변에 머물고 있다. ‘증시 관망 자금 350조 역대 최대(한국경제)' 뉴스가 있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 증시 대기 자금이 역대 최대(5월15일 기준)라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증시 주변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이유로 밸류업 정책 불신, 금투세 폐지 우려 등의 정책적 요인과 미국 증시를 이끄는 인공지능(AI) 주도주 부재,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대체 투자처 불투명 등을 꼽았다.
돈은 수익을 추종하며 움직인다. '우리 시장이 상대적으로 왜 이렇게 약한가?'란 의문과 원성이 자자하다. 어찌 보면 간단하다. 수익이 나는 곳으로 돈을 흘러가게 된다. 미국 시장이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은 그곳에 투자하면 수익이 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제공한 막대한 유동성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돼 시장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미국 시장은 전세계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이 편리해지면서 유동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투자 자금의 증가, 연기금 등 기관들의 미국 투자 비중 증가 등의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해외로 자금이 몰린다는 것은 우리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시장 주변에 머물러 있는 자금 역시 막대하다. 미국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충분한 유동성의 시장,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시장’ 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결국은 미국 시장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최고 기업들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신뢰가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AI PC를 선보이며 다양한 AI 기능들을 '데이터센터 통신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픈AI의 새로운 AI모델인 GPT-4o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상승해 시가총액 3조18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원화로 약 4200조가 넘는다.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에 ChatGPT를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 아마존, ARM 등도 속속 AI관련 신기술 및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가장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실적에서도 매출액 260억4000만달러로 기대치를 웃돌았다. 전년 대비 262% 증가해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1000달러를 넘기며 시총 2조3700억달러를 넘기고 있다.
이같은 AI의 성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젠슨황 최고경영자(CEO)는 설명하고 있다. 미국 상원 초당파 단체는 지난 15일 AI 로드맵을 발표했다. "AI에 정부 지원을 늘리고 새로운 보호 장치를 만들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10배 이상 지출하며 서두르고 있기에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지배력 확보를 위한 긴급 자금 성격으로 연간 최소 320억달러의 투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떤가? 한국경제 기사에서 설명하듯이, AI의 상용화 시대에서 글로벌 핵심 기술 및 제품을 제공하며 선두로 나서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SK하이닉스만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며 겨우 뒤따라 가고 있다. 엔비디아와 TSMC의 주도권에 따라 납품하는 벤더의 역할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경쟁하고 있는 정도다. 삼성전자는 그 경쟁에서 마저 뒤처지며 주가가 부진해 '삼성전자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반도체 강국'에서 씁쓸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반도체와 완성차만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그 외 산업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에 있는 기업을 찾으려 한다면 답답하다. 과거의 ‘영화’가 있었던 정유, 화학, 조선, 철강 등의 장치 제조 산업은 중국의 추격에 경쟁력이 약화됐고, 최신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제외한 디스플레이 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중국에 따라 잡혔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테마를 이루며 주가가 좋은 섹터로는 화장품과 미용기기, 전력기기, 음식료 정도다. 이들 섹터에서도 주가가 좋은 기업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에 국한돼 있다. 국내 시가 총액 상위 기업들은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가 거의 대부분이며, 이어 자동차와 금융주 수준이다. 결국 시총 비중이 높은 섹터 중 2차전지의 지속적인 약세, 반도체 섹터의 제한적인 상승, 바이오 섹터의 변동성 심화로 우리 시장이 상대적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말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면서 코스피는 직전 고점을 겨우 넘겼으나 이후 마땅히 시장을 강하게 견인할 모멘텀이 없다. 다행히 IT 수출 수요 회복으로 수출 경기가 좋아지며 올해 성장률은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됐다.
글로벌 주요 시장의 신고가 경신, 중국 및 홍콩 시장의 저점에서의 반등과 경기 회복 기대가 맞물리며 우리 시장도 현재 시점 보다는 ‘위’를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치·정책적 지원은 시장에서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위기의식을 갖고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이 바뀌고 모멘텀이 조성되면 시장 분위기는 바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수익의 기회가 보인다면 투자 자금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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