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상담원의 모니터에 문장이 실시간으로 자동 입력된다. 고객의 목소리가 텍스트로 전환되는 STT(스피치 투 텍스트) 기술이다. BNK부산은행은 이 기술을 고도화했다. 고객의 말을 정확하게, 동시에 표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알고리즘은 텍스트를 읽어 들인 뒤 키워드를 추출해 상담원에게 제시하고 추천 상품 후보군까지 나열한다. 부산은행은 이 기술로 상담원의 전화 응대율을 90%대까지 끌어올렸다. 시중은행 평균치(70~80%대)보다 높은 수치다.
부산은행은 올해 디지털 전환 부문의 조직을 강화했다. 금융 관련 데이터 활용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잠재적 고객의 생활 데이터까지 수집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김진한 부산은행 디지털금융본부장은 “오프라인 중심 은행업에서는 지점에 들어오는 고객에 대한 정보 유추가 가능했지만, 온라인에서는 고객 취향과 접속 장소 등 모든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며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으며, 부산은행만의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ID(탈중앙화 신원보증) 기반의 시민증을 동백전 앱을 통해 발급한다. 개인정보의 노출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 시민들은 이 신분증을 활용해 다자녀 가구를 위한 교육지원 포인트와 청년 문화 패스 지원금을 부산시로부터 손쉽게 받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동백전 선불카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부산시는 이 앱의 활용처를 주차장, 국민체육센터, 관광지 이용료 할인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은행이 직접 30억원을 투자해 시민플랫폼 개발에 나선 것은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다. 데이터 3법을 통해 외부의 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열렸지만, 부산은행의 주요 고객층이 부산에 한정됐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 주요 대기업과의 데이터를 교환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은행은 2019년 부산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지정 사업을 활용해 물류, 관광, 공공안전 등 지역 강점 산업과 금융을 연결한 디지털 바우처를 발행해 유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동백전 운영사로 선정됐으며, 블록체인 기반의 시민플랫폼 개발로 이어졌다. 부산은행은 시민플랫폼을 바탕으로 시민 생활 중심 데이터인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지역 특화 사업을 구상할 계획이다.
BNK금융지주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던 부서를 부산은행으로 옮겨 빅데이터분석팀을 만들었다. 지주 소속일 경우 은행, 증권, 캐피탈 등의 계열사가 가진 정보를 비식별화해서 처리해야 하는 등 데이터 분석의 허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 전화 상담 정보가 텍스트로 고스란히 입력되고, 이 정보는 빅데이터 분석팀으로 넘어간 뒤 정교한 분석을 거쳐 플랫폼사업부나 결제사업부로 넘어간다. 이를테면 동백전이나 시민플랫폼에서 얻은 지역, 시간, 연령대별 고객 이용 특성을 활용해 가맹점의 지역별 특징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교통카드 사용 비중으로 고객군의 사는 곳을 추정할 수도 있다.
부산은행은 올해 금융 데이터를 가공한 뒤 지역의 학술연구재단에 제공했다. 대규모 금융 데이터를 제공해 기초생활 수급 노령 인구를 파악하거나, 지역 연금 플랜의 특성을 파악하는 등 공공데이터와 결합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이미 시중은행은 광역자치단체에 데이터를 제공해 교통 동선이나 심야버스 노선 배치와 증개설에 활용하고 있다.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모바일 고객 증가로 은행업의 역할도 다양해질 전망이다”며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전환에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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