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대문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이용해 마약을 유통한 국내 총책 A씨 등 27명을 범죄집단조직 및 활동과 사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그중 17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국내 총책 A씨 등 조직원들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81명으로부터 약 1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꾸는 중계기 580대를 이용했다.
A씨는 필리핀에 거주 중인 해외 총책 B씨 지시를 받아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보이스피싱을 하다 마약 유통에도 손을 댄 것이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중계기를 대거 확보하면서, 마약 판매·유통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현모 동대문경찰서 수사2과장은 "마약 범행에서 마약을 소화전 등에 숨겨놓고 수거하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이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카드 수거책, 현금 인출책 등을 이용하는 수법과 비슷해 보이스피싱에서 마약으로 범행이 확대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가담한 이들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20~30대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이들이 국내에 유통하려던 마약 5.77㎏을 압수했다. 필로폰, 케타민 등 시가 약 29억원 상당으로 19만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은 앞으로 개별 범죄 조직이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수사 실무를 맡은 동대문경찰서 김홍주 팀장은 "수사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계기를 리딩방 운영업체에 빌려주며 '대여비'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며 "앞으로는 중계기와 운반책 등 범죄인프라를 갖춘 보이스피싱 조직이 고도화해 마약 판매·유통뿐만 아니라 리딩방 운영 등을 병행하는 '통합범죄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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