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로또는…의견 수렴할 이슈긴 하네요. (기획재정부에) 복권위원회가 있으니 이것도 한 번 공청회 하든지 어떤 방식이든지 의견 수렴할 수 있는지…복권위원회 (담당자) 여기 안 왔겠죠? 질문이 나올지 몰라서…(허허) 그건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과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최 부총리가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모두발언을 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세제, 예산, 재정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도중 로또 당첨금 상향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최 부총리는 처음엔 약간 황당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 주요 현안과는 거리가 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로또는 의견을 수렴할 이슈이긴 하다”며 “기재부에 복권위원회가 있으니 공청회 등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로또 당첨금 상향이 필요한 지 묻는 질문에 “의견 수렴과정이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기자 간담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앞뒤 맥락이 빠진 채 ‘정부가 로또 당첨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만 크게 부각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온라인 사이트에선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로또 판매가격을 인상하려고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로또 당첨금을 상향하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게임당 가격을 인상하거나, 숫자 조합을 늘리는 방식 등을 통해 당첨 확률을 낮춰 당첨금을 올리는 것이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담당 부서인 복권위는 무척 당혹해 하고 있다. 우선 로또 당첨금 상향은 검토해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는 로또 1등 당첨금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게임당 가격을 인상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또가 서민들이 즐겨 찾는 복권이라는 점도 2004년 이래 20년간 가격이 동결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의견 수렴’이라는 대목은 빠진 채 ‘정부가 로또 당첨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으로 소식이 와전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또는 최고 당첨금액의 제한이 없는 복권으로, 정식 명칭은 온라인 연합복권이다.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의 번호를 선택하여 모두 일치할 경우 1등에 당첨되며, 3개 이상의 번호가 일치할 경우 당첨금을 받게 된다. 1게임당 가격은 1000원이다. 2002년 12월 발행 당시엔 게임당 2000원이었지만, 2004년 8월부터 1000원으로 인하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기재부 소속 복권위가 로또를 비롯한 복권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로또와 스피또, 연금복권720 등 기존 복권들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로또 게임당 가격 및 당첨구조도 복권위가 결정한다. 복권위는 내년 복권 예상 판매액을 7조6879억원으로 하는 ‘2025년도 복권발행계획안’을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이는 올해 판매 예상액(7조2918억원) 대비 3961억원(5.4%) 증가한 금액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로또 당첨금 상향이 필요한 지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며 “말 그대로 의견 수렴과정일 뿐 로또 당첨금 상향을 검토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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