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20~30대 청년들을 위한 전용 양로원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주요 도시들(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뿐 아니라 남서부 윈난성과 동부 산둥성 등 지방에도 이러한 양로원이 생겨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 양로원들은 주로 '탕핑족'(?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과 '파이어족'(경제적 자유를 얻어 일찍 은퇴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수용하고 있다.
올해 초 윈난성에서 청년 전용 양로원을 연 루레이레이(32) 씨는 "많은 30대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루 씨가 운영하는 양로원에 입주하려면 월 1500위안(약 28만원)만 내면 된다. 최소 월평균 5000위안(약 93만원)을 내야 하는 기존 양로원에 비해서 매우 저렴하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양로원은 전통적인 노인복지시설과는 달리 셰어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운영된다. 입주자들은 오전에 바에서 커피를 마시고 마당에서 운동한 다음 산에서 명상을 한다. 오후에는 농사를 짓거나 강에서 낚시를 하고 공동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만드는 식이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 있는 또 다른 청년 전용 양로원은 입주자들에게 비용을 받지 않는 대신 집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한다.
SCMP는 "어떤 사람들은 은퇴를 커리어 도중의 '중간 기간' 또는 '중간 달'로 간주해 잠시 쉬는 것으로 여긴다"며 "청년 양로원 거주자도 수십 년을 시설에서 살 계획은 아닐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더우반(豆瓣)에서 '파이어 라이프스타일' 그룹은 23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서 '파이어족'의 증가가 최소한의 생계활동만 수행하며 대부분 시간을 집에 누워서 보내는 '탕핑'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SCMP는 "서구에서는 주로 고액 자산가들이 '파이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만 한국과 중국 같은 국가에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직장인이나 미취업 청년들까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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