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그룹 조선3사의 임단협 상견례가 결렬됐다. 올해 조선 3사가 13년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동안 조용했던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28일 노사 협상을 시작하려던 HD현대그룹 조선 3사는 첫 미팅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이 노조전임자뿐 아니라 임단협 참여 직원도 협상 기간에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에 회사측이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히면서 임단협 상견례가 무산됐다.
임단현 상견례는 노사간 교섭 시작을 알리는 첫 미팅이다. 양측은 주요 쟁점 사안을 협의하기 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 인상 및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려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령을 제시하면서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측은 조선업 호황이 찾아온 만큼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HD현대측은 생산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최대한 협상에 나서겠다면서도 이제 막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만 해도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인 터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화오션 노사 협상에선 중장기 성과평가를 통해 주식 또는 현금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가 뇌관이 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측은 기준 임금 300%에 해당하는 RSU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해까지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고, RSU는 경영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작년 목표달성을 못했기 때문에 지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창립 50년 만에 현장직 노조가 출범하면서 노사관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노조측은 아직까진 구체적인 요구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흑자에 대한 '이익공유'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험난한 협상이 예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막 업싸이클이 시작된 국내 조선업이 자칫 노조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활한 노사협정에 실패해 파업 등으로 이어진다면 3년치 수주물량이 쌓여있는 국내 조선업계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