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폭행하거나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형사처벌을 받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형사처벌 방어 경험을 수임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83명의 변호사 등록 취소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명령했다. 이는 한 해 평균 16.6명의 변호사가 중징계를 받고 변호사 개업 자격이 박탈된 셈이다. 변호사법상 범죄로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변호사는 유예기간 2년 이후에야 변호사 개업 등록을 다시 할 수 있으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법무부 장관은 변협에 변호사 개업 등록취소 명령을 내려야 한다.
변호사들의 주요 위반 사항은 폭행과 음주운전이다. 변협에 따르면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받은 변호사는 2021년 10명에서 2022년 20명으로 두 배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폭행과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변호사가 1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 유명 네트워크 로펌 소속 변호사 A씨의 경우 경찰 폭행 혐의로 재판받은 후에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로 활발히 활동해 물의를 빚었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이재욱 판사)은 2021년 8월 A씨에게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2월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출동한 경찰관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씨가 A씨를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후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고 귀가 조치하려 하자, A씨는 “야, 이 XX 때려도 되냐?”라며 B씨의 목과 정강이 등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협은 최근 A씨에게 변호사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재판을 받고도 버젓이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유사 사건을 수임해 의뢰인에게 집행유예를 받아줘 비난을 사기도 했다. 2022년 한 의뢰인이 음주단속 과정에서 경찰에게 ‘경찰이 그렇게 할 일이 없냐, 10m도 안 되겠구먼 그거 운전했다고 쫓아와서 이러냐, 신고 누가했어, 너희들 마음대로 해, 다시 술 먹으러 가려니까’ 등의 욕설을 하고 경찰관 2명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된 사건에서, A씨는 변호인으로 나서 의뢰인에게 집행유예 2년을 받아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처벌을 받은 변호사가 반성 없이 동종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변협과 법무부의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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