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초고령화 사회로 속속 진입하면서 의약품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를 주도하는 각국 베이비부모 세대의 자금이 바이오·헬스케어로 집중되는 원인이다. 폐암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둔 유한양행, 짐펜트라로 미국 시장 석권을 노리는 셀트리온, 국산 비만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미약품, 임플란트·치과기기 강자 덴티움 등이 유망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허혜민 책임연구원은 “선진국 고령화에 따른 의약품 청구액이 급증하고 있다”며 “미국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의 최대 관심사는 헬스케어로, 이들이 이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자녀 상속 재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내년 65세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이에 따라 의약품 청구는 매년 7.1% 상승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수는 1980년 2.6억명에서 2022년 7.7억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30년엔 9.9억명으로 10억명에 근접할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의 고령화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2050년 북미와 유럽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인구가 될 전망이다.
허 책임연구원은 "제약 산업 시장 비중은 미국이 43%로 가장 높고 유럽 5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은 13%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향후에도 제약 시장 패권을 가져갈 전망"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동유럽 1인당 GDP가 중국보다 약 50%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사용량은 거의 4배 더 높다며 고소득 국가일수록 의약품 사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북미 65세 이상 노인이 하루에 먹는 약은 평균 5개 이상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제약시장은 2023년 1485조원에서 2028년 2000조원으로 연평균 6% 성장할 전망이다.
모달리티(치료접근법)별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이중항체, 방사성리간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허 책임연구원은 강조했다. 항암제 시장과 관련,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오는 8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인구 노령화와 함께 비만 인구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이와 관련 치료제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 65세 이상의 5명 중 2명은 비만이다. 허 책임연구원은 "비만 임상시험도 2022년 대비 2023년 68% 증가했고 5년 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며 "치료제 성장률로는 비만치료제가 어떤 질환 치료제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선 고령화로 피부미용, 덴탈, 의료AI 분야에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피부미용산업은 30~50대 연령층 증가로 수혜 받고 있다. 그는 "생애 주기에 따라 피부 재생 사이클이 최적의 28일을 넘어서는 시기는 30대부터이고 해당 연령층이 두터워지면서 피부 리프팅 수요가 증가하는 중"이라며 "국내 피부미용 장비들의 주요 강점이 바로 이 탄력 개선과 리프팅이므로 산업적 수혜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덴탈 산업은 50대 이상 연령층 증가로 수혜 받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치아 잃을 확률도 높아지고 임플란트 치료 수요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 그는 “전 세계적인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의료 인공지능(AI) 산업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