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 담화에는 상당한 품을 들인다. 북한 외무성과 군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는 ‘작가’로 불리는 정예 글쟁이 수십 명씩이 포진해 있다. 주요 대남, 대미 담화와 성명은 김정은에게 직접 결재를 받고 내보낸다. 북한은 ‘맵짠(맵고 짠, 자극적인)’식 거친 표현을 쓰지 않으면 시선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태 전 의원은 전했다. 미사일 발사도 단순히 성공했다가 아니라 ‘주체탄들이 눈부신 섬광을 내뿜고 대지를 박차고…’식이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특등 머저리’ ‘판별능력 상실한 떼떼(말더듬이)’ ‘죽탕쳐(짓이겨) 버리자’ ‘여우도 낯을 붉힐 간특’ ‘절간의 돌부처도 웃길 추태’ ‘설태 낀 혓바닥’ ‘특등 졸개’…. 우리가 잘 생각하지도 못하는 온갖 조롱 비하 욕설 등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산물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가 정당하다며 이에 맞선 우리 군의 전투기를 동원한 대응 훈련에 대해 ‘군부 깡패들의 망동’ ‘히스테리적 광기’ 등 말폭탄을 쏟아냈다. 위성 발사를 자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했지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떤 도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서 적반하장이다. 막말도 모자라 ‘대남 오물 풍선’을 대거 내려보냈다. 적의 가득한 빨치산 시절 수준의 원색 표현을 쓰고 저질 행태를 벌이는 것 자체가 비정상 집단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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