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기준 70세로 올리자는 日, 우리도 바꿀 때 됐다

입력 2024-05-29 17:52   수정 2024-05-30 07:33

일본에서 노인 기준 상향이 이슈로 떠올랐다. 경제계가 이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고 정부에 제안하면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노인 부양 부담 증가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인데, 한국도 남 얘기하듯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일본보다 저출산 고령화가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를 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2년 17.4%지만 2025년 20%, 2036년 30%, 2050년 40%를 돌파하고 2072년 47.7%까지 높아진다. 지금으로부터 50년쯤 뒤엔 인구 절반이 노인인 나라가 되는 것이다. 반면 생산인구(15~64세) 비중은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쪼그라든다. 이런 나라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노인 기준이 65세가 된 건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 우대가 시작이다. 이후 기초연금, 노인돌봄, 버스·지하철 공짜, 통신비 할인, 의료 급여 등 수많은 복지 혜택이 이 기준에 맞춰졌다. 그런데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6세 정도였다. 지금은 82.7세다. 큰 병 없이 지낼 수 있는 건강수명도 2019년 기준 73.1세다. 과거와는 여건이 달라진 것이다. 실제 ‘70세는 돼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43년 된 노인 기준을 고수하는 게 오히려 시대착오적이다. 노인 기준을 한 번에 올리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부터 10년마다 노인 연령을 1년씩 높이자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물론 노인 기준 상향은 단순히 연령 기준만 바꿔서 될 일은 아니다. ‘60세 정년’에 맞춰진 사회 시스템까지 함께 바꿔줘야 한다. 정년 이후에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맞춰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59세)과 연금 수급 연령(현재 63세, 2033년까지 65세)을 높여줘야 한다. 임금체계도 연공서열식 호봉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일과 생산성에 따라 월급이 달라지는 직무급제 등 유연한 근무체계가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고령자 고용과 함께 청년층 일자리를 늘릴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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