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AE, 아랍권 진출 확대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삼아야

입력 2024-05-29 17:53   수정 2024-05-30 07:33

어제 한국·아랍에미리트(UAE) 서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원자력발전, 방위산업, 인공지능(AI) 등 앞선 기술 분야의 투자협력 양해각서(MOU) 19건을 체결했다. 한국은 아랍 국가와는 처음으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도 체결했다. CEPA도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이어서 교역과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AE 국부펀드 등의 대한(對韓) 60억달러 투자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 때 합의한 300억달러 한국 투자 계획의 연장선이다.

사막의 마천루 도시 두바이로 상징되는 UAE는 중동에서 비중 있는 국가다. 이 나라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는 ‘원전 한국’의 기술력을 해외에 알리면서 ‘원전 수출’의 디딤돌이 된 의미심장한 프로젝트였다. 양국 모두 만족한 모범 사업이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에너지 부문을 넘어 AI 등 첨단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K컬처’, 의료 등 향후 서로 윈윈할 분야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장기 대립 속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격변기를 맞아 최근 국제질서는 이 흐름을 중심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번주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와 수용도 그런 틀 안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복잡다단하고, 국가마다 이해관계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국 기업이 뻗어나가지 않은 곳이 없는 현실에서 특히 그렇다. 한국이 UAE 같은 나라와 교역 파트너 이상의 관계를 다져야 하는 이유다.

UAE와 상품·서비스 교역, 자본투자 이상의 우방이 되도록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AI만 해도 최근 아랍권에는 앵글로색슨 문화권을 의식해 역사·문화·주권 개념을 적극 담는 ‘소버린 AI’를 주창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회가 온갖 국내 사안으로 연일 정쟁을 벌여도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교역 한국’의 본질과 위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 출발하는 22대 국회도 시야를 넓혀 급변하는 나라 밖을 보고 ‘국제 속 한국’을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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