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시장 때 '공동체 텃밭'으로 방치됐던 노들섬이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다. 공연장과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소리의 풍경을 형상화한 곡선 산책로가 조성된다.
서울시가 ‘노들 예술섬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토머스 헤더윅의 ‘사운드스케이프’(소리풍경)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헤더윅은 미국 뉴욕의 ‘베슬’, 인공섬 '리틀아일랜드', 로스엔젤레스의 구글 신사옥 등을 지어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시는 전날 노들 글로벌 예술섬의 설계안을 최종 선정하기 위한 공개 심사 발표회를 열었다. 강예린+SoA,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 비양케 잉겔스(덴마크), 나은중·유소래 씨(네임리스건축사무소), 위르겐 마이어, 김찬중 등 국내외 작가 7명이 참여했다.
헤더윅의 작품은 '음악적 파노라마'를 풍경의 한 조각으로 상상해 물결 모양의 음파와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산의 윤곽에 반응하는 도시 한복판의 쉼터 컨셉이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은 톰 메인은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메탈 재료를 활용한 곡선으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노들섬 리모델링은 공공 분야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을 적용한 첫 사례다. 공사비를 정해 두고 밑그림을 그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작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4월 기획디자인 공모전을 먼저 진행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오 시장은 앞서 지난 2월 열린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 포럼' 강연에서 헤더윅의 작품을 향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 시장은 당시 헤더윅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약 1조5000억원이 드는 계획인데 헤더윅이 국제 사회에서 펀딩을 해오겠다고 제안해 고민이 된다"고 했다. 서울시 담당 부서에서도 공공시설의 공사비 일부를 타 단체의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예상 공사비와 설계비는 각 2557억원과 140억원 수준으로, 헤더윅이 상상하는 안대로 노들섬을 리모델링하려면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시는 헤더윅과 올해 7월에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기본·실시 설계를 진행한 뒤, 내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오는 수변부 팝업월, 수상예술무대, 생태정원 등을 2025년까지 조성하고, 공중부와 지상부 보행로 및 라이프가든 등은 2027년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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