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5개 법안 중 4개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이날 재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 등이 대상이다. 14건에 이르는 거부권 행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당선된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횟수다.
앞서 여당은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도, 여야 합의도 없는 ‘3무(無)’ 법안이었다”며 “다수당의 수적 우위만 앞세워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강력히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세월호피해지원법은 “피해자 의료비 지원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라며 건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편 이날 밤 12시를 기점으로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그동안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모두 폐기됐다. 하지만 30일부터 문을 여는 22대 국회에서도 21대 국회와 비슷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망이다. 범야권이 192석을 얻으며 ‘여소야대’ 구조에 변화가 없는 만큼 각종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당장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전날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곧바로 재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거부권이 행사된 4개 법안 역시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원 구성 협상에서 서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극한의 대치 정국을 예상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법안 상정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원내 1당,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제2당이 가져가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더욱이 자기 절제를 모르는 제1당이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가져간다면 의회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방벽도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개원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로부터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한다. 첫 본회의가 다음달 5일인 점을 감안하면 7일까지는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정소람/도병욱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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