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에 K-와인이 있다고?"…미국 와인 매장 들썩인 이유는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

입력 2024-05-29 04:41   수정 2024-05-29 06:31


나파밸리의 K-와인메이커 세실 박이 운영하는 와인포니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역으로 유통망 확장에 나섰다. 이번 확장을 계기로 대표와인 이노바투스의 다양한 와인에 대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와인포니아는 “이달부터 미국의 대형 와인 유통업체인 토탈와인앤모어(토탈와인)의 40개 매장에 이노바투스 와인을 공급한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유통채널을 기존의 16개 매장에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세실 박 대표는 이달 초부터 3주간 직접 글렌데일, 파사데나, 뉴포트비치, 샌디에이고, 팜스프링 등 남동부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의 토탈와인 매장을 돌아보며 와인 론칭 및 현지 시장 점검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기존에는 나파밸리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 주로 와인을 판매해왔다”며 “이번에 LA 등 남동부로 유통망을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넓어진 유통망을 통해 많은 와인애호가들이 이노바투스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토탈와인은 지난해 연간 40억달러(5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의 대표적인 와인 유통 업체 중 한 곳이다.

세실 박 대표가 2014년 론칭한 이노바투스 와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주요 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레드 블렌드 ‘큐베’, 비오니에 화이트 등이 있다. 생산량은 작황에 따라 연간 1만~1만4000병 정도다. 와인은 주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중국, 한
국,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와 캐나다, 영국에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세실 박 대표는 “이노바투스는 매년 엄선한 포도와 독자적인 와인 메이킹 기술을 적용해 만드는 고품질의 와인”이라며 “이노바투스를 통해 신선하고 우아하면서도 뚜렷한 맛과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와인브랜드 이노바투스(Innovatus)는 라틴어로 ‘혁신’을 의미하는 단어다. 박 대표는 “‘나파밸리의 아버지’인 로버트 몬다비에 대한 존경을 담은 브랜드”라며 “이탈리아 이민자로서 나파밸리에 자리를 잡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와인생산지로 발전시킨 몬다비의 혁신적인 자세를 본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라 피노누아와 시라즈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이노바투스 ‘큐베’ 와인이다. 이 와인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호평받는 등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박 대표는 “보르도의 주요 품종인 시라즈와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 품종인 피노누아를 블렌딩 하는 것은 일반적인 와인메이커들이 떠올리기 어려운 아이디어”라며 “한국인이기에 구대륙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실 박 대표는 나파밸리의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여성 와인메이커다. 연세대학교에서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세계적인 와인 양조학과가 있는 UC데이비스에 진학해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를 배웠다. 이후 2007년 나파밸리 와인업계에 뛰어들어 포도밭 관리, 와인 컨설팅, 와인메이킹까지 와인의 전 과정에 대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와인메이킹과 함께 나파밸리와 인근 소노마밸리 등에서 80개의 포도밭도 관리하면서 지역 내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와인을 새로 론칭하고, 한국의 우수한 농업 기술을 나파밸리에 이식하는 ‘K-파밍(농업)’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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