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속 타르와 각종 유해 물질은 폐 세포의 DNA를 파괴한다. 손상된 DNA 탓에 세포 돌연변이가 발생해 비정상 세포, 종양으로 바뀐다. 흡연은 심혈관계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뇌졸중, 구강암, 식도암, 췌장암 등의 원인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2~4배 높다. 뇌졸중 발생 위험도 2배 이상 높다.
폐암 예방을 위해 금연을 결심했다면 금연클리닉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는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세계적 폐암 권위자인 조병철 교수가 직접 클리닉을 챙기고 있다. 금연클리닉을 찾으면 흡연자의 흡연 습관, 니코틴 의존도, 건강 상태 등을 평가해 개인 맞춤형 금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니코틴 대체 요법과 다양한 약물 치료 옵션도 제공한다. 니코틴 패치, 껌, 로젠지, 흡입기 등을 통해 흡연자의 니코틴 갈망을 줄이고 비니코틴 약물 처방도 병행한다. 흡연 유발 요인을 피하거나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해 금연 동기를 부여하고 인지 행동을 교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 교수는 흡연자 건강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치료를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금연과 관련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신 임상시험과 연구를 통해 효과적 금연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종합 건강 평가를 통해 흡연자가 금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폐 기능 검사, 혈액 검사, 심장 건강 검사 등을 통해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한다.
렉라자를 활용하는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는 세계에서 매년 250만 명 넘게 발생할 정도로 흔한 폐암이다. 조 교수팀은 ROS1, KRAS 등 다른 돌연변이 표적항암제 연구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ROS1 돌연변이 표적항암제인 레포트렉티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KRAS 돌연변이 폐암 표적항암제 ‘D3S-001’ 개발도 이끌고 있다. 폐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조 교수는 조안나 제이인츠바이오 대표와 함께 새 폐암치료제 ‘JIN-A02’도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분 15.9%를 보유한 제이인츠바이오는 항암 신약과 희귀의약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기업이다. 연세대에서 공중보건학을 전공한 조안나 대표는 다년간의 연구 경력과 글로벌 제약사 경험을 바탕으로 제이인츠바이오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JIN-A02는 EGFR 돌연변이 중 치료가 어려운 C797S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4세대 항암제다.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낮은 용량으로 진행하는 초기 단계 연구에서 22㎜였던 종양이 약물 투여 후 77.3% 줄어 5㎜까지 작아졌다. 이보다 용량이 다소 높은 연구에서도 종양 크기가 35.3% 줄었다. 뇌전이 병변 크기는 28.6% 감소해 7㎜에서 5㎜로 줄었다. JIN-A02가 폐 원발 종양뿐 아니라 뇌 전이 병변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폐암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JIN-A02는 올해 말 임상 2상시험에 진입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JIN-A02는 암세포가 커지는 것을 억제하고 폐암 특성상 뇌로 퍼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에서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완치가 가능한 환자가 20%에 그친다. 조 교수는 “폐암은 치료 지침이 6개월마다 바뀔 정도로 까다로운 병”이라며 “신약 개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희망이 될 소식도 곧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AI 분석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런 기술은 신약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성균 DGIST 핵심단백질자원센터장과 유우경 교수팀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AI 기술을 통해 기존에 개발된 약물을 폐암 항암제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들은 독성시험을 통과한 안전한 약물을 재조합해 신약개발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이고 있다.
항암제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돌연변이 위치를 예측해 5·6세대 항암제를 선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조 교수는 “DGIST의 AI 기술은 JIN-A02의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폐암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개인의 예방 노력도 중요하다. 금연은 폐암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폐암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 위험을 줄여준다. 담배를 끊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 사회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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