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완성차 브랜드인 일본 도요타가 전기차 판매에선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는 함께 친환경차로 분류되는데 전동화 전환이 비교적 늦었던 도요타가 '극과 극' 판매량을 보이는 형국이다.
3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도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가 지난해 국내 출시한 전기차 RZ 모델은 올해 들어(1~4월) 53대 판매됐다. 한 달에 약 10대씩밖에 못 판 셈이다. 이 모델은 도요타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TMGA가 탑재됐으며 1회 충전 시 377㎞를 주행한다. 도요타는 순수 전기차 bZ4X는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도요타지만 하이브리드 모델로 눈길을 돌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전체 판매량 대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렉서스(97.8%)와 도요타(93.6%)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면서다.
특히 렉서스 준대형 세단 ES 하이브리드 모델은 올해 1~4월 국내에서 2417대가 팔리면서 수입 하이브리드차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도요타 라브4(751대), 렉서스 NX(640대), 렉서스 RX(604대), 도요타 캠리(589대) 순이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집중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선보여 하이브리드 개발 역사만 27년에 달한다.
이러한 자신감을 반영하듯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이후 지난해 국내 신차를 대거 들여왔던 도요타코리아는 신차 8종 가운데 6종을 하이브리드로 채웠다. 현재로선 이런 흐름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열풍에 힘입어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엔(약 4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전기차 분야에선 경쟁 업체에 비해 뒤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요타는 그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도요다 아키오 전 도요타 사장은 2022년 10월 "전기차는 모든 것을 능가할 만한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사토 고지 사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 고지 사장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10개 모델을 새로 투입하고 판매 대수도 연 150만대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실적에서도 증명하듯 시장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연장선'에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도요타도 전기차 전환에 대한 투자를 시장에 맞춰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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