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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부동의 1위’로 불리며 비트코인 가격까지 좌우하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저물고, 빠르게 성장한 후발주자 상품이 투자자 관심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GBTC의 과도한 수수료가 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29일(현지시간) 각사 공시에 따르면 미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운용자산(AUM)은 194억5614달러(26조7100억원)로 나타났다. 193억1225만달러(26조5900억원)를 기록한 GBTC를 근소하게 앞서며 1위에 올라섰다. 최근 AUM이 거의 같아진 두 ETF는 전날부터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 수식어를 두고 앞서거나 뒤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GBTC의 위상은 남달랐다. 미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GBTC는 지난 1월 미국의 현물 ETF 승인 이전부터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우회 수단이었다. 이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현물 ETF로 전환된 GBTC는 초기부터 240억달러(33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인기를 끌었다. GBTC가 선점한 비트코인 양이 워낙 많다보니, 투자자들이 GBTC 자금 유출을 비트코인 가격 신호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른 현물 ETF와 GBTC의 평가가 엇갈렸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들어 GBTC에선 175억달러(24조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지난 1월 대비 비트코인 가격은 47% 올랐음에도 운용자산이 줄어든 원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IBIT는 164억달러(22조58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 ‘아크21 셰어즈 비트코인(ARKB)’ 등 다른 주요 현물 ETF에도 87억달러(12조원), 26억달러(3조58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FBTC는 운용자산이 112억달러(15조4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ETF 수수료 차이를 원인으로 분석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GBTC의 수수료는 1.5%인 반면, 주요 현물 ETF 대부분의 수수료는 0.2~0.25% 수준에 불과하다. IBIT, FBTC 등은 지난 1월 출시 이후 투자자들에게 일부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ETF 자문 업체 ETF스토어의 네이트 게라시 대표는 “GBTC와 다른 ETF의 수수료 차이는 투자자들이 무시하기에 너무 크다”며 “당분간 GBTC의 출혈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유출에 시달린 그레이스케일은 최근 업계 최저 수수료(0.15%)를 내건 신규 현물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ETF의 실제 수수료에 따라, 현지에선 운용사별 수수료 인하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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