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간암 수술 전 VR로 설명하면 환자 불안 줄여줘"

입력 2024-05-30 10:47   수정 2024-05-30 11:52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수술 과정 등을 설명하면 환자 이해를 높이고 수술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유진수 이식외과 교수,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팀이 최근 국제외과학저널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간은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장기 중 하나다. 수술 전 설명시 의료진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 결과로 설명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교육 시뮬레이터 기업인 브이알애드(VRAD)와 함께 간암 수술의 모든 과정을 설명하는 VR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은 실제 병원 내 교육실 모습과 동일하게 제작됐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접속하면 교육 영상이 방영되며 교육이 시작된다.

교육은 간의 3차원(3D) 모형을 활용해 진행된다. 환자가 VR 기기를 이용해 투명도를 조절하면 복잡한 간 내부를 생생하게 들여다 보면서 의료진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의료진이 간의 3D 모형을 실제 수술하듯 잘라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환자는 가상현실 속에서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간암을 수술하는지 여러 각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교육 영상엔 간의 역할과 간세포암이 생기는 원인, 개복과 복강경 수술의 차이, 간절제술 중 담낭 절제, 수술 후 합병증 등도 담겼다.

연구팀은 효과 검증을 위해 2022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 88명을 모집해 한 그룹은 VR 플랫폼으로 교육하고 다른 그룹은 말로만 설명한 뒤 차이를 비교했다.

VR 플랫폼으로 교육받은 환자는 수술에 대한 지식이 수술 전 교육 받기 전보다 5.86점 증가해 17.2점으로 나타났다. 말로만 교육을 받은 그룹은 2.63점 상승해 13.42점에 그쳤다.

수술에 대한 불안 정도의 차이는 더 컸다. 불안 정도 측정 검사(STAI-X-1)에서 VR 교육 그룹의 불안 점수는 4.14점 감소했지만 기존 교육 그룹은 0.84점 떨어졌다. 통계적으로 보정했더니 VR을 이용하지 않은 그룹은 VR 이용 그룹보다 수술에 대한 불안도가 2.9배 높았다.

유진수 교수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낫고, 직접 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며 "환자들이 수술 전 과도한 불안을 줄이고, 본인 질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개발했는데 효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VR 플랫폼을 활용한 의료교육에 대해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임상적 효과를 규명한 만큼 기술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때"라며 "국산 기술로 개발한 VR플랫폼이 확산돼야 앞으로 벌어질 세계 의료 메타버스 각축전에서 우리나라도 서 있을 자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로 의과학자와 병원, 관련 산업계가 뛰어들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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