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불황' 석유화학 신용도 줄강등…자금조달 ‘적신호’

입력 2024-05-30 15:22  

이 기사는 05월 30일 15: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기업들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잣대가 깐깐해지고 있다. 실적 저하와 재무지표 하락을 우려한 신용평가사들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도를 '줄강등'하고 있어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석유화학 기업 여천NCC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보유한 여수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쳐 세운 합작사다.

여천NCC는 2021년 4분기부터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22년 -3867억원 △2023년 ?2388억원 △2024년 1분기 ?347억원으로 집계됐다.

재무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여천NCC의 순차입금과 부채비율은 2020년 말 9879억원, 113.4%에서 지난 3월 기준 2조798억원, 320.9%로 뛰었다.

효성화학도 신용도 내림세가 가파른 석유화학 기업이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떨어졌다. 효성화학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강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 달린 석유화학 기업들도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 SKC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평가가 달려 있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신용도 추가 하락 우려가 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에비타 마진율(매출 대비 에비타)이 5% 미만, 에비타 대비 순차입금 4배 초과 등을 내걸었다.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된 것을 고려하면 추가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도 석유화학 업체 외면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 4월 열린 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여천NCC는 지난 3월 열린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정연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 들어 일부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했지만, 중국 실물 경기가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며 “구조적인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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