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층에 분명 에어비앤비(공유 숙박 플랫폼) 숙소가 있어요. 캐리어 끄는 소리가 매일 들린다니까요. 간혹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거나 새벽까지 시끄럽게 떠드니 스트레스받아요."
서울 중구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은 최근 몇몇 오피스텔 호실을 불법 공유 숙소로 활용하는 이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 외에도 입주민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해당 오피스텔의 입주민 채팅방에선 "누가 봐도 외국인 관광객인 분들과 자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다", "우리 층에 에어비앤비 숙소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시끄럽다", "에어비앤비 숙소로 추정되는 호실 문 앞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우리 오피스텔 공동 현관 비번은 공공재다" 등 입주민의 불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오피스텔은 서울역, 명동 등 외국인 관광객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공유 숙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인 숙소였다. 30일 공유 숙박 앱을 확인해보니 이 오피스텔 건물에서만 최소 5개의 호실이 공유 숙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가격은 1박당 14만~16만원 수준이었으며, 몇몇 숙소는 내년 1월까지 월별로 2주 이상 예약이 돼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네이버 부동산 앱을 기준으로 해당 오피스텔의 월세가 평균 100만원대인 점, 관리비와 비품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에 절반가량 예약을 성사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마포구 공덕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자취하는 대학원생 B씨는 "옆집에서 나오는 사람이 매번 달라지는 데다, 어떨 땐 새벽까지 시끄럽다"면서 "분명 공유 숙소인 것 같은데 신고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까 봐 (보복이) 두렵다"고도 전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 영업 신고를 할 수 없는 건축물이다. 오피스텔에서 영업하는 공유 숙소는 모두 불법이라는 의미다. 불법 숙소를 운영하는 이는 공중위생관리법 제2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에어비앤비에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공유 숙소의 수와 시 허가받은 공유 숙소 개수 간 괴리도 극심한 실정이다. 10일 단기 임대 및 숙박 분석 통계업체 에어디앤에이(AirDNA)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에서 영업 중인 공유 숙소 객실은 1만6000여개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관광객 도시민박업 객실은 3729개에 불과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영업 중인 객실의 약 77%는 시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되는 셈이다. 서울시에서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은 자치구는 마포구, 중구, 종로구 순이었다.
영업 신고조차 되지 않는 공유 숙소는 사실상 건물의 호수까지 정확하게 알지 않는 이상 적발이 어려워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불법 숙박 영업에 따른 관광객 소음, 음주소란, 방범, 쓰레기 문제 등은 입주민만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격이다.
서울시 관내 지역 주민 민원이 계속 제기돼,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단)은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업 영업 신고를 하지 않고 오피스텔, 아파트, 주택 등을 불법 숙박업에 이용한 76명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힌 바 있다. 다만 실제 접수되고 있는 민원에 비해 적발건수는 터무니없이 적은 상황이다.
A씨가 서울시 생활 불편 신고를 통해 받은 중구 보건소의 답변에 따르면, 중구 관내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불법 숙박 영업이 증가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단속과 관련, 한 서울시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찾아가면 실 거주자라고 발뺌하는 등 호실과 물증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토로하기도 했다.
입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단속 한계점은 뚜렷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차라리 숙박업 규제를 풀되, 이에 따른 문제점을 법망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유 숙소를 활성화하는 국제 추세와도 따로 노는 데다, 공유 숙소를 외국인이 자주 이용하는 만큼 올해 방한 관광객 2000만명 유치·2027년 3000만명 유치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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