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31일 08: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해주는 대가로 대출금의 10% 가까운 수수료를 약속받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연장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고 있단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발 사업을 이어나가려는 차주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오히려 사업 정상화에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정책을 펴면서 이른바 ‘연장 비용’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단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매로 넘어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2-21 일대 사업장 차주인 시행법인 와이에스씨앤디는 지난해 초 3차 연장 때부터 800억원을 빌려준 M 금융그룹에 연장을 위한 수수료로 총 72억원(대출금의 9%)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자(연 7%)와 별도로 추후 대출금을 갚을 때 지급하는 연장 수수료 대금이다. 결국 사업장은 공매로 넘어갔다. KT에스테이트와 라살자산운용이 1550억원에 낙찰받았다.
당초 해당 부지는 시행사가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0월 PF 시장에서 자금 경색이 발생하고 금리 상승으로 브릿지론 차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월 만기였던 2차 연장까진 연장 수수료로 1% 안팎을 지급하며 연장에 나섰다. 이후 3·5·6차 연장까지 수수료를 후취로 돌린 뒤 매회 3%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후취 연장 수수료는 총 9%까지 쌓이게 됐다.
연장을 해주는 대가로 받는 연장 수수료가 도마 위로 오르고 있다. 연장 수수료란 브릿지론이나 본 PF를 연장해주면서 받는 수수료다. 이자와 별도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자보다 더 많은 금액만큼을 받게 되고 있어 문제로 꼽힌다. 역삼동 사업장도 대출금의 9%에 달하는 수수료를 약속받은 셈이다. 사업성에 부담이 갈 뿐만 아니라 중순위나 후순위 대주단이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연장 수수료가 높아지면 향후 사업성도 떨어지게 되는데 일단 수수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연장 수수료는 관행적으로 대출의 1% 수준인데 3개월마다 3%가 쌓이는 식이면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공매로 넘기는 등 PF 사업장을 구조조정하는 기조로 전환하면서 연장 수수료가 더 높아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또 만기 연장 횟수를 기준으로 ‘유의’(3회)나 ‘부실우려’(4회)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는 대주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없다는 식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수수료 갑질’ 우려를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수수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중이다. 일부 대주들이 PF 만기 연장 등을 빌미로 불합리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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