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명 와인 비평가 미셸 베탄과 티에리 드소브의 까다로운 평가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품질 높은 와인 150여 종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그랜드 테이스팅은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 행사에선 500홍콩달러(약 8만7000원)의 티켓값만 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입구에서 주는 와인잔 하나를 챙기고 행사장에 들어서면 마치 세계 지도가 펼쳐지듯 각국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20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부르고뉴의 메종 알베르 비쇼, 오크통을 자체 제작하는 세계 몇 안 되는 와이너리 중 하나인 호주 얄룸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나파밸리의 셰이퍼 빈야드….
각 부스 앞에서 빈 잔을 내밀면 샴페인부터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이 곧장 채워진다. 다양한 와인을 마시며 자신의 새로운 취향도 발견할 수 있다. 줄곧 ‘화이트보단 레드’를 외쳤던 기자가 한눈에 반한 ‘뫼르소’처럼. 알베르 비쇼가 들고 나온 뫼르소는 몽라쉐와 함께 세계 최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불린다. 뫼르소의 잘 익은 벌꿀향이 느껴지는 순간, 생각했다. “아, 화이트의 매력이란 이런 거구나.”
잔 하나로 여러 종류의 와인을 먹기 때문에 ‘샴페인→화이트→레드’ 순으로 가면 좋지만, 레드 와인을 먹다가 다시 샴페인으로 돌아가도 괜찮다. “워터, 플리즈”라고 하면 와인잔을 물로 헹군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와인을 빈티지(생산연도)에 따라 맛보는 ‘버티컬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다. 양이 많거나 취향에 맞지 않다면 입에 머금고 향만 느낀 뒤 ‘스핏 버킷(spit bucket)’에 뱉는 용기도 필요하다.
홍콩=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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