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피해자를 “1000억 프로젝트에 끼워주겠다”며 카카오톡·텔레그램 채팅방에 초대했다. 피해자 엄모 씨는 “IB 전문가들이 고도화된 방식으로 주식을 운용하고, 이윤이 1000억원에 도달하는 즉시 해산한 뒤 투자금에 이익을 더해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리딩방에 모은 피해자들에게 가짜 매매 앱 ‘JPMSM’을 설치하도록 했다. 앱을 설치한 뒤에는 일명 ‘고객센터’에서 수시로 연락해 “장외 블록딜(주식 대량매매)에 투자하려면 당장 돈을 넣어야 한다”며 대포통장에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올초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수익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수개월간 시간을 끌었다. 피해자들의 성화에 “수익을 실현해 송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달 16일 돌연 채팅방을 폭파하고 잠적했다.
IB업계 전문가는 “초대형 IB 전문가들은 개인 돈을 모아 블록딜을 하지 않으며 대형 자산운용사가 사모투자를 벌일 때도 SNS로 영업하거나 고객센터를 통해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채팅방이나 온라인 양방향 채널을 통해 ‘주식투자 리딩’을 하는 건 자본시장법상 불법이다.
‘테마형 주식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사기꾼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리딩방 사기꾼들이 전문가를 사칭해 태양광, 2차전지 업종의 중요 키워드를 언급하며 일반인을 현혹하고 있다”고 했다.
리딩방 사기 중에는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며 또다시 사기를 벌이는 2차 범죄 사례도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돈을 되찾고 싶어 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용한 2차 사기는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빈/안정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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