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복잡한 SK…지주사 지분 매각은 안할 듯

입력 2024-05-30 18:43   수정 2024-05-31 02:21

서울고등법원이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보유 자산의 35%(1조3828억원)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게 분할하라고 판결하면서 최 회장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대법원 판결도 2심과 비슷하게 나오면 최 회장이 보유 부동산을 팔고, 부족분은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은 최 회장의 재산 규모를 3조9883억원으로 파악했다. 현금과 부동산, 보유 주식 가치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 중 노 관장에게 줘야 할 금액은 재산 분할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합쳐 1조3828억원이다. 전체 재산의 35%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보유 현금과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은 2000억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과 서울 등지에 부동산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만으론 부족한 만큼 일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1순위는 SK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SK실트론 보유 지분이다. 최 회장은 TRS 방식으로 지분 29.4%를 갖고 있다. 인수 당시 2535억원이던 지분 가치는 현재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TRS는 지분 가치 변동에 따라 최 회장이 손익을 취하고,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주는 형태다. 자금을 댄 주체가 금융회사인 만큼 지분 가치가 두 배로 뛰어도 최 회장이 쥐는 돈은 2500억원 정도다. ‘급매’로 내놓으면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는 점, 양도소득세가 나온다는 점에서 실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매각대금에 못 미친다.

주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73%로 30일 종가 기준 2조514억원어치다. 통상 주식담보대출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의 40~70%를 대출받을 수 있는데, SK㈜는 우량주인 만큼 최대 70%까지 가능하다. 다만 이처럼 규모가 큰 대출을 일으킬 때는 증권사가 담보 유지 비율과 주가 하락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보다는 낮은 비율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매물이 나올 수 있어 대출 상한선을 모두 채우긴 어려워 보인다. 기존에 일으킨 주식담보대출은 수천억원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 보유 지분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텔레콤(30.57%)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 주요 계열사의 최대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여서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25.5%에 불과한 만큼 지분을 팔면 SK그룹이 흔들 수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 주가는 9.26% 오른 15만8100원에 마감했다.

김우섭/김형규/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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