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거나 통제하기 버거운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 ‘내가 왜 이러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장정은 저자는 그 질문에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답한다.
서울대 종교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드류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국 NAAP에서 공인정신분석가로 인증받은 인물이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학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에는 내담자들의 허락을 받고 각색과 수정 작업을 거친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다. 아울러 내담자들을 대하면서 겪은 저자의 ‘역전이’ 고충도 소개한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자신을 대입시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실 우리는 ‘나’로 살아가면서도 ‘나’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별로 없다.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바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전체의 내가 아닐 수 있다”고 전제했다.
‘전체의 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식하지 못하지만, 개인의 감정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영역, 즉 무의식을 알아야 가능하다. 무의식을 알면 ‘별것 아닌 일에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지?’ ‘왜 이 일을 계속 미루고 있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는 것이다. 무의식을 이해해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은 왜 생길까. ‘마음을 억누르는 압력이 강해 내적 긴장과 갈등이 커지고 이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우울’이다. 억압하는 힘에 대해 ‘지금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해. 더 이상 너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라며 피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목표는 ‘억압의 힘을 점차 걷어내고 느슨하게 하는 데’ 있고, 그 억압을 완화하는 것도 결국 무의식으로 들어가야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심리 증상은 일시적 스트레스 때문에 생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겹겹이 쌓인 개인의 역사가 반영된 것이다. 마음에 큰 문제가 생겨 혼자 해결하기 힘들 때 전문 분석가를 찾아가 치료받는 게 좋다. 내담자가 분석가에 대해 갖는 느낌을 ‘전이’라고 한다. 정신분석을 ‘전이에 대한 학문’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개념이다. 과거에 느낀 특정한 감정, 혹은 날 때부터 무의식에 새겨진 정서를 현재의 다른 대상에서 다시 체험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을 분석가에게 무의식적으로 전환 혹은 투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년 시절 자신의 언행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던 부모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우 분석가 앞에서 말 꺼내는 걸 대단히 어려워한다. 그러한 면을 제거해나가면서 내담자는 조금씩 치료가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는 전이가 어떻게 무의식으로 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오늘날 사회는 사람들을 끝없는 경쟁 속으로 내몰고 있다. 그럴수록 내 마음에 공감해주고 존중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또한 내가 누군가를 공감해주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부모뿐 아니라 인생의 목표나 종교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나는 약하지만 신은 지혜롭고 강하다’는 종교인의 고백이 그런 예다.
장정은 교수는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를 통해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용기, 더불어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을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의 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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