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시간 일하고 550만원 받아"…의외의 '극한직업' 뭐길래

입력 2024-05-31 13:00   수정 2024-05-31 16:28

유튜브 채널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다투는 국내 1호 소송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독자 7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자빱TV' 스태프 A씨 등 15명이 운영자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1심 재판이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가 맡았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민사 소송 1심 사건을 합의부가 맡을 경우 평균 420.1일 만에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로 환산할 경우 1심 판결이 나오려면 약 14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자빱TV 스태프들이 소송을 제기한 시기는 2022년 6월. 이날 기준으로 소장을 제출한 지 717일, 약 19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하지만 법원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8월 4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유튜브 스태프 근로자성 1호 소송 '주목'
자빱TV 사건은 유튜브 채널 스태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국내 최초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스태프 측 대리인단은 소장 제출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빱TV 근무 실태를 폭로했다. 대리인단 주장을 종합하면 A씨 등은 콘텐츠 기획, 시스템 관리 등의 제작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다. 채널 운영자 B씨는 채용공고를 올려 A씨 등을 채용했고 이들의 업무 일정을 결정했다고 한다.

또 B씨가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렸고 콘텐츠 제작 외의 업무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구체적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대리인단은 "사업체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면서 타인에게 업무 내용은 물론 근무시간과 장소, 규율 등과 관련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통해 종속적 노동을 부과하고 그 결과로 경제적 이윤을 남기는 자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B씨는 A씨 등과의 관계에서 사용자에 해당하는 만큼 근로자인 A씨 등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한 인원 중에는 총 3853시간을 일하고 556만원밖에 받지 못한 스태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당 임금으로 이를 환산하면 1440원에 불과하다.

자빱TV 사건이 1호 소송이긴 하지만 유튜브 채널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다룬 최초 판결은 이미 다른 사건을 통해 한 차례 결론이 나왔다. 한 영상제작 업체에서 유튜브 채널 영상 기획·촬영·편집 업무를 수행했던 스태프가 이 회사 공동대표 2인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근로자성이 부정됐던 것.

이 스태프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금과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을 합쳐 총 1130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첫 판결선 '근로자성 부정'…근무실태 봐야
하지만 법원은 이 스태프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회사 측이 스태프에게 출근을 강제했다거나 출퇴근 시간을 통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 스태프는 근무하는 동안 외조모상과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생일 등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업무를 쉬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회사에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경력증명서에 대해선 "회사가 향후 취업·경력에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호의로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이 판결로 유튜브 채널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는 것은 다소 이르다는 평가다. 유튜브 채널 스태프들은 근무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다. 근로자성은 근무 실태 등에 따라 판단이 나뉜다. 이 때문에 유사 분쟁을 다룬 사례들이 조금 더 쌓여야 판결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법원 판결 경향에 따라 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2023년 디지털크리에이터미디어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제작·개발' 인력은 2022년 기준 1만4719명으로 집계됐다.

디지털크리에이터미디어 사업체 1만1123곳 중 콘텐츠 제작 인력을 보유한 곳은 78.7%. 이들 업체가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프리랜서 활용'이 63.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근무 실태에 따라 프리랜서가 아닌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근로자성을 다투는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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