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것보다 '이것' 더 싫었다"…'북한 MZ들' 탈북하는 이유

입력 2024-05-31 15:01   수정 2024-05-31 15:41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체제에 불만을 가진 북한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이탈이 늘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 같은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남·대내정책에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동호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1일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 이 같은 취지의 특별칼럼(최근 북한의 정책 변화 분석-'두 개의 국가론'과 지방발전정책을 중심으로)을 실었다.

조 교수는 30년간 북한 인권 운동을 해온 오가와 하루히사 도쿄대 명예교수를 인용해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의 절반 이상은 MZ세대였고, 외교관이나 유학생 등 엘리트 계층 숫자도 2017년 이후 최고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북 이유도 과거와 달리 ‘북한 체제가 싫어서’라는 비율이 ‘식량난’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2022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를 기록했다. 북한의 무역액도 2016년 65억3169만달러에서 2021년 7억1333만달러로 89.1% 감소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지난 1월엔 중국 지린성에서 북한 노동자 수천 명이 임금 체납에 항의하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이런 사실을 알고 대남 정책과 대내 정책 모두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조 교수는 분석했다.

대남정책의 경우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는데, 이는 ‘조선은 하나다’라는 지금까지의 대남관과 배치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남한의 발전 수준과 문화를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은 미래의 대안으로 남한을 생각한다”며 “같은 민족이라고 여지를 두는 것은 주민들의 대남 동경심만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선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평양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발전 전략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내부에서 확산하는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피부에 와닿는 생활 수준의 개선을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조 교수는 이런 전술적 변화가 성과를 거두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북한 경제의 회생과 성장을 위해선 외부 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인데, 정치적 리스크가 높은데다 인프라도 미흡하고 내수시장도 사실상 없는 북한 경제에 관심을 가질 외국 기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남한의 투자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며 “외부 투자를 원한다면 북한은 남한 기업부터 환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남한은 적대국이 아니라 우호국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교수는 지방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공장을 200개씩 만들 자재나 설비가 없는 데다, 설령 만든다고 하더라도 물자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결국 기존 공장을 뜯어 새 공장을 짓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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