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는 세계 최강 가전기업인 삼성과 LG가 중국에 주도권을 뺏긴 유일한 품목이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빅3'는 2021년 선보인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점령했다.
가전사업은 삼성이 먼저 내놓으면 중국이 쫓아오는 구도였지만, 로봇청소기는 정반대 구도가 됐다. 중국이 장악한 시장을 빼앗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후발주자인만큼 차별화된 기술력과 다양한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짰다.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가 넘게 팔리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삼성 로봇청소기의 '킬러 콘텐츠'는 스팀 기능이다. 바닥 물걸레 청소를 할 때 전용 세정제를 쓰는 중국산과 달리 삼성 제품은 고온의 스팀으로만 물걸레에 붙은 세균을 99.99% 살균하는 기능을 갖췄다.
삼성에서 청소기만 10년 넘게 개발해온 김신 청소기 개발 그룹장(상무·사진)은 31일 기자와 만나 “삼성은 세정세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고온 스팀만으로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한 번에 지워지지 않는 곳은 청소기가 알아서 여러번 닦는 기능을 넣었다”고 말했다.
제품에 탑재된 3D센서와 3대의 카메라가 1㎝ 두께 전선까지 인식해 알아서 피해다니는 것도 삼성 제품의 강점이다. 김 상무는 "로봇청소기를 돌리기 전에 전선 등을 정리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집사' 역할은 덤이다.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카메라와 AI 기능으로 '펫케어'와 '아이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인 스마트싱스에 연결해 '펫 찾기'를 누르면 사용자가 밖에서도 반려동물이 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내부 탑재된 RGB 카메라가 반려동물을 찾아 실시간으로 촬영한 뒤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반려동물이 짖으면 이를 감지해 주인에게 알람도 보낸다. 아이케어는 자녀가 정해진 시간에 집에 도착하면 로봇청소기가 마중을 나가 촬영한 뒤 보내주는 서비스다. 일하는 부모 대신 자녀를 맞이해 주는 셈이다.
김 상무는 “현재 로봇청소기가 물건을 피해다니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사용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청소하게 될 것"이라며 "집안에 널부러진 옷가지 등을 인식해 스스로 갤 수 있는 수준까지 고도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원=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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