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내년 착공…3520가구 '자연특화 단지'

입력 2024-05-31 17:53   수정 2024-06-01 00:22

서울 강남 최대 규모 판자촌 개발사업인 개포동 구룡마을이 최고 25층, 352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 8년 만에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인근 새 아파트 건립으로 땅값이 오르면서 보상비는 2년 새 5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토지주·거주민과의 협의 지연과 감정평가 방식 변경으로 보상비가 늘어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용적률 높여 682가구 추가 공급

서울시는 지난 29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개포(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개발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31일 밝혔다. 개포동 567의 1 일대에 있는 개포 도시개발구역은 2016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정책 변화와 상위계획 변경, 사업지 주변 여건 변화, 수요자 요구 등을 반영해 변경안을 확정했다.

우선 부지 내 공동주택용지의 용도지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했다. 다만 대모산·구룡산 경관을 보전하고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조성하기 위해 용적률은 230~240%로, 최고 층수는 20~25층으로 제한했다. 산림 연접부는 주변 경관을 고려해 15층 이하로 배치하도록 했다.

용적률 증가 등으로 전체 가구 수도 기존 2838가구(분양 1731가구·임대 1107가구)에서 3520가구(분양 1813가구·임대 1707가구)로 늘게 된다. 680여 가구가 서울시가 신설하기로 한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등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소형 위주인 임대주택 면적을 확대하고 품질도 개선하기로 했다. 단지 내 도로 확장, 편익시설 확충 등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하고 일반차량·대중교통·보행자 등을 위한 추가 교통 개선 대책도 마련했다.

구룡마을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최초 계획 수립 이후 13년간 개발 사업이 표류하면서 신속한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올 연말까지 이주와 철거를 모두 마치고 내년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협상 지연에 평가액 5000억원 증가”
구룡마을 개발이 지연되는 동안 보상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승진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구룡마을 용지비는 1조2456억원으로 추정됐다. 2022년 탁상감정(현장 조사 없이 전산 등을 통한 평가)으로 추산된 7300억원에 비해 5156억원 증가한 규모다.

전체 용지비 중 토지보상비는 1조1043억원, 공유재산을 제외한 사유지 보상비는 1조246억원이다. 소수의 땅주인이 막대한 보상비를 챙기는 구조로 알려졌다. 구룡마을 토지소유자가 231명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보상액이 44억원이다.

보상비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땅값 상승 때문이다. 구룡마을 인근에는 디에이치아너힐즈,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고가 아파트가 잇따라 입주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전용 84㎡ 매매가는 28억원에 달한다.

감정평가 방식 때문에 보상비가 더 늘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당초 구룡마을 토지평가 방식은 서울시와 SH공사, 토지주가 한 곳씩 추천해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지주들이 “서울시와 SH공사는 한 몸”이라며 장기간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서울시가 빠졌다.

이번 평가에서 토지주가 추천한 곳과 SH공사가 추천한 곳의 감정평가 액수 차이는 800억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민원 제기로 서울시 추천 기관이 빠지면서 결국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몇몇 토지주에게 내줘야 하는 보상금이 늘어난 것”이라며 “세금을 아끼고 SH공사가 공사채를 덜 발행했을 수 있는 결정을 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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