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분양가 낮춥시다"…건설사들 하소연하는 사연은

입력 2024-05-31 17:54   수정 2024-06-10 16:46

“분양가가 높아도 아파트가 잘 팔리면 건설회사가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지금 시장에서 고분양가를 고집했다가는 조합과 시공사 모두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최근 분양 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 속에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간 분양가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높이려고 하지만 건설사는 청약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 분양가에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가 ‘일반분양가 낮추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신가지구 재개발 현장은 최근 시공사와 조합 간 분양가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가지구 재개발 조합은 투자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3.3㎡당 2450만원 선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공 주관사인 DL이앤씨는 광주 분양 시장이 좋지 않아 조합이 원하는 일반분양가로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3의 기관에 의뢰해 적정 일반분양가를 산출하거나 조합원 분양가를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합에 제시했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장위 6구역 재개발)도 6월 공급을 앞두고 분양가 논의에 한창이다. 조합은 3.3㎡당 3500만원 수준의 일반분양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분양한 같은 동 ‘장위자이레디언트’ 분양권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조기에 계약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분양가를 낮추길 원하고 있다. 최근 청약 시장에서 안전마진(프리미엄)이 예상되는 단지에만 수요자가 몰리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청약 시장 침체 속에 건설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분양가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분양가 결정권은 조합에 있지만,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 따른 자금 상황 악화로 건설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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