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년 만에 신규 원전 계획…전력전쟁 시대, 야당도 전폭적 협조해야

입력 2024-05-31 18:01   수정 2024-06-01 00:10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골자로 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어제 공개했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 15년간 전력 수요를 전망해 부족한 설비를 확충하는 방안이다. 실무안을 마련한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2038년 10.6GW의 발전설비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를 대형 원전 3기, 소형모듈원전(SMR) 1기,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등으로 충당하자고 제시했다. 이 중 신설되는 대형 원전과 SMR이 생산하는 전력은 4.9GW로 부족분의 절반 수준이다.

전기본 실무안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과 전 세계적 원전 확대 추세를 반영해 그린 바람직한 밑그림으로 평가할 만하다. AI를 장착해 엄청난 데이터를 빛의 속도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정에 따르면 2026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캐나다 전체 소비량과 비슷하고, 2030년께는 유럽연합(EU) 전체 소비량과 맞먹을 정도다. 여기에 AI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각종 반도체를 생산하는 설비에도 대규모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AI와 반도체산업에서 국가대항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전력설비 확충은 생존이 걸린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경제성이 가장 높은 친환경 에너지 설비인 원전을 제때 늘리는 것이다.

한국은 2015년 7차 전기본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짓기로 한 이후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 사고 가능성을 부풀리며 탈원전을 추진한 탓이다. 그사이 주요 선진국은 원전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은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로 규정을 바꾸고 새 원자로 구축에 들어가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워킹그룹도 꾸렸다. 프랑스와 영국은 2050년까지 각각 14기와 8기의 원전을 추가하기로 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 비중 확대로 돌아섰다.

원전 건설엔 약 14년이 걸린다. 올해부터 서둘러야 2038년 가동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탈원전 운운하며 몽니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앞서 10차 전기본은 야당이 정부 보고를 지연시켜 두 달간 채택이 늦어진 바 있다. 이와 함께 21대 국회에서 정쟁으로 폐기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특별법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부지 확보와 주민 설득에 하루라도 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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