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두고 전문가들 시각이 엇갈렸다. '과세체계'를 고려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본시장 체력을 기르기 위해 폐지해야 한단 의견이 맞섰다. 다만 금투세 도입에 앞서 투자자에 미칠 영향은 면밀히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엔 이견이 없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금감원 주재로 '금투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금융조세 분야 학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금투세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전문가들이 언급한 금투세의 장점은 '과세체계 합리화'다. 금융투자상품의 특성을 고려해 자본이득 간 손익통산, 손실 이월공제 등이 허용돼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다. 다만 최근 제기된 부양가족 인적공제 산정 문제나 펀드 분배금의 배당소득 과세로 인해 사모펀드 투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 등은 불합리한 점으로 지적됐다.
기본공제 금액(국내 주식 연 5000만원)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기준이 높아 과세 대상이 일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한편에선 개인 투자자의 주식뿐 아니라 기본공제 한도가 낮은 채권 투자도 크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과세 대상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금투세 도입 시 채권으로 거둔 이익의 기본공제 기준은 연 250만원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과세 대상자 수처럼 정량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투자자가 느끼는 심리적 영향 등 정성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자는 미래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자본시장에 뛰어든 것인데, 세후 기대수익률이 감소하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부를 축적하려는 젊은 세대에겐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과세 회피를 위한 이익 실현이 자본시장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매도 방법 등의 문의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자본 시장의 체력과 크기를 키우기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투업계에선 납세 실무 관련 애로사항도 토로했다. 현재 원천징수 및 확정신고 등 복잡한 절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도 회사별로 전산시스템 준비 상황이 다르다. 자금 여력과 인적 자원에도 차이가 있어 실제 시행 시 현장 혼란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또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세금을 편하게 내기 위해 대형 증권사로 거래를 집중시킬 수도 있다. 결국 금투세 도입이 소형 증권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투세는 세제 관련 사안이지만 개인 투자자와 자본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최초 금투세 설계 후 자본시장이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한 만큼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금투세와 관련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시장 및 유관기관과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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