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토교통부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체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까지 늘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은 1만2968가구로 불어났다. 지난 3월(1만2194가구)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2020년 11월(1만4060가구) 이후 41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정부는 올해 1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완화 후속 조치를 마쳤다.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3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약속한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한 기업구조조정(CR) 리츠의 취득세 중과 배제 조치도 끝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 일색이다. 분양가보다 싼 매물이 즐비한 지방 시장에서 ‘건설사 최초 구매 아파트의 주택 수 산정 제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물량의 수요가 거의 없다”며 “1·10 대책에 포함된 임대주택 활용 때 원시취득세 감면, 1가구 1주택 특례 적용 조치도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어 체감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유형별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등 비아파트의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올해 1~4월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9만652가구였고, 비아파트 물량은 1만1830가구에 그쳤다. 비아파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8990가구)보다 37.7% 급감했다.
주택 공급 가뭄은 주거 불안을 초래하고 집값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 지방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2~3년 뒤 다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서민과 청년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데 인허가 물량이 2022년의 3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 공급 감소는 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이어져 전월세와 매매 시장 모두 요동칠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 육성과 다주택자 규제 완화로 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주택 착공과 분양 실적은 전년에 비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주택 착공 물량은 8만9197가구로, 전년 동기(6만8814가구)보다 29.6% 증가했다. 주택 분양 역시 같은 기간 3만9231가구에서 7만661가구로 80.1% 늘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공급 가뭄의 ‘기저 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량이 늘어나 보이는 착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PF 보증 확대 등 정책 효과로 착공과 분양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4월 주택거래량(신고일 기준)은 5만8215건으로 3월보다 10.2% 늘었다. 주택 거래량은 작년 12월부터 5개월째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에 온도 차가 있다.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만7124건으로 전월보다 19.4% 늘었고, 지방(3만2091건)은 3.3% 증가에 그쳤다. 서울의 4월 아파트 거래는 4840건으로 전월보다 39% 늘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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