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자가 제기한 '2640억 ISDS'…정부, 국제법무국 신설 후 첫 승소

입력 2024-05-31 18:20   수정 2024-10-06 16:23

중국 국적의 개인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국제 중재 분쟁에서 패소해 49억여원을 배상하게 됐다. 정부가 국제투자분쟁(ISDS)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법무부 산하에 국제법무국을 신설한 이후 거둔 첫 성과다.

법무부는 이 사건 중재판정부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30일(현지시간) ‘대한민국 전부 승소’ 판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ICSID는 민모씨에게 우리 정부가 소송 대응에 지출한 법률·중재 비용 중 약 49억1260만원과 함께 실제 지급 때까지 이자를 내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의 최초 청구액은 2조원, 최종 청구액은 2641억원에 달한다.

민씨는 2007년 10월 중국 베이징의 한 부동산을 매입할 목적으로 한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우리은행을 포함한 국내 금융회사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우리은행은 민씨가 소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했는데, 여섯 차례의 기한 연장에도 민씨가 상환에 실패하자 근질권을 실행해 주식을 외국 회사에 팔았다. 민씨는 담보권 실행이 부당하다며 민사 재판을 청구했지만 패소했고, 대출 관련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2017년 3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20년 7월 민씨는 한·중 정부 간 투자 증진·보호에 관한 협정 등에 근거해 ICSID에 중재를 요청했다. 우리은행의 담보권 행사와 민·형사 재판 등이 위법하게 이뤄진 가운데 한국 정부로부터 투자자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ICSID는 청구인의 투자가 “한·중 투자 협정상 보호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 판정의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국제법무국을 신설한 이후 첫 승소 사례일 뿐만 아니라 본안 전 항변 절차에서 관할권이 면제되는 것이 아닌, 실체적 법리 싸움 단계인 본안 심리를 거쳐 완전 승소를 이끌어낸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다. 앞서 국제 중재기관은 외국계 펀드 론스타, 엘리엇 등과의 중재 재판에선 한국 정부에 각각 2억1650만달러, 5359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지난 4월에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메이슨에 대해 3204만달러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론스타와 엘리엇 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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