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4’ 환영사에서 한 말이다. 걱정거리는 AI와 클라우드만이 아니다. 한국 수출의 16%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느냐도 전기를 제때 공급받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들이 소비하는 전력은 지난해 4GW로, 국내 전체 전력 수요의 4.1%였다. 대형 원전 2.8기 분량이다. 이는 경기 용인 일대의 메가반도체클러스터 등이 준공되는 2038년 15GW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체 전력 수요의 11.6%에 해당한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 격인 실무안을 통해 2038년까지 1.4GW짜리 대형 원전 3기와 0.7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AI 보급과 반도체산업 육성으로 2038년 전력 수요가 128.9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전력 수요(98.3GW)보다 30.6GW(31%) 증가하는 규모다. AI와 같은 신기술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구글 검색은 건당 0.3Wh를 소모하는 데 비해 챗GPT는 구글 검색의 10배인 2.9Wh를 소비한다. 최근 개발된 챗GPT4를 비롯해 성능이 향상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전력 소비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발전 능력을 최대 전력수요보다 22% 여유 있게 확보해 둔다. 발전 설비의 예상치 못한 고장과 정비, 건설 지연 등으로 발전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2038년 발전 설비를 전력수요보다 22% 많은 157.8GW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예정대로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되고 건설 중인 원전이 가동되더라도 2038년 발전능력은 147.2GW에 그친다. 모자라는 10.6GW 중 약 절반인 4.9GW를 대형 원전과 SMR로 충당한다는 게 산업부의 계획이다. 원전은 일정한 주파수의 고품질 전기를 지속적으로 대량 공급하는 데 최적의 조건인 발전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새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 30.7%이던 원전 비중은 2038년 35.6%로 늘어난다. 2023년 9.6%에 불과하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8년 32.9%로 급증한다. ‘제로(0)’이던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도 2038년 5.5%로 늘어난다. 반면 58.2%에 달하던 석탄·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 비중은 21.4%로 줄어든다.
그 결과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수소·암모니아같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 수단의 비중은 2023년 39.1%에서 2038년 70.2%로 늘어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발전 수단의 비중은 60.9%에서 29.8%로 줄어든다.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발전 설비를 재편하면 신재생에너지를 2022년(23GW)보다 세 배 늘리기로 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 사항을 2030년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무탄소 전력이지만 출력 조절이 어려운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대폭 늘린 것이 이번 계획의 특징”이라며 “전력 수요가 급감하는 봄·가을 발전 수단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정영효/이슬기/황정환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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