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2024] 투약시간 5시간→5분으로 줄이는 피하주사 항암제 주목

입력 2024-06-01 23:17   수정 2024-06-03 10:20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시작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무려 7만3000평 규모의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 센터가 전 세계에서 모인 약 4만명의 암 연구자들로 가득 찼다.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오후가 되자 사람들은 빠르게 메인홀로 모여들었다.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리브리반트’와 유한양행 ‘렉라자’의 병용 임상 결과 발표를 듣기 위해서다. 이 치료법은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임상 3상을 발표한 뒤 블록버스터 폐암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는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J&J는 이번 학회에서 총 5건의 임상을 발표했는데 그중 정맥주사(IV)제형인 리브리반트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변경한 임상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학회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부 모니터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결과는 성공 그 이상이었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IV제형을 투여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51%였는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SC제형을 투여한 경우 생존율이 65%까지 올라갔다(투여 후 12개월 기준). 내약성에서도 우수했다. SC제형에서 주입관련반응(IRR) 부작용이 나타난 비율은 13%로 IV제형(66%)에 비해 5분의 1로 낮았다.

발표를 담당한 나타샤 레이갈 프린세스 마가렛 암센터장 임상 조사관은 “항암제 투약 시간을 최대 5시간에서 5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으면서도 약효는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SC제형이 되려 효능이 좋다는 임상 결과에 관객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발표를 들은 한 관객은 "정맥주사를 맞으려면 반나절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며 “직장에 다니는 환자들의 시간낭비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또 “해당 치료법이 폐암 치료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해당 임상은 올해 우수 성과에 수여하는 '베스트 오브 아스코'에 선정되기도 했다.

환자가 5시간씩 병원에 방문해 치료받아야 하는 IV제형과 달리 SC제형은 5분 이내 빠르게 투약이 가능하다. SC제형 면역항암제가 글로벌 대세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올해 초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이 SC제형으로 FDA 허가를 받았고, BMS·미국 머크(MSD) 등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도 SC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BMS는 ASCO에서 신장암(ccRCC)에서 옵디보 SC제형이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IV제형과 유사하다는 임상 3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할 예정이다. MSD는 올해 초 키트루다를 SC제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는 지난해에만 연매출 3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손쉽게 자가투여가 가능한 당뇨·비만약과 달리 항암제는 SC제형이라도 아직까지 의료진으로부터 투여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BMS, MSD 등 SC제형 후기 임상을 진행하는 제약사들은 자가투여를 가능케 하기 위한 오토인젝터(자동주사기)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키트루다의 경우 5번 투약 후 문제가 없으면 이상반응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종적으로는 오토인젝터로 항암제를 집에서 투약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시카고=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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