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의대 정원과 지역인재전형 선발이 대폭 확대되면서 의대 진학을 노리고 '지방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늘어날 전망이다. 학생 100명 중 1.3명 꼴로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강원도가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종로학원이 26개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규모와 2023년 교육통계 기준 학생 수 추정치를 비교한 결과, 올해 대입을 치를 고3 학생 수 대비 2025학년도 지역인재선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강원권이다.
강원권 고3 학생 수는 1만1732명인데, 이 권역 4개 의대에서 지역인재전형 147명을 뽑는다. 산술적으로 강원권 고3 학생 100명 중 1.3명이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에 갈 수 있단 의미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그 지역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만 그 지역 의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중학교도 '비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현재 중3은 비수도권에 살면서 비수도권 소재 중학교에 입학해야 지역인재전형 지원 요건을 갖춘다.
지방대육성법 시행령은 의대의 경우 40%(강원, 제주권은 20%) 이상 지역인재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동시에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권고하면서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대폭 늘었다.
26개 대학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는 총 1913명으로, 지난해 1025명보다 888명 늘었다. 지역인재전형 비율 역시 50.0%에서 59.7%로 확대됐다.
2025학년도 기준으로 강원권 다음으로 고3 학생 수 대비 지역인재전형 규모가 큰 곳은 1.01%인 호남권이다. 호남권은 4개 의대에서 443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 충청권은 0.96%로 3위를 차지했고 대경권 0.90%, 부울경권 0.77%, 제주권 0.57% 순이었다.
2026학년도 대입전형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강원권이 1.31%로 가장 높고 호남권 1.04%, 충청권 0.98%, 대경권 0.90%, 부울경권 0.81%, 제주권 0.76% 순이다.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모집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6대 1도 안 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유학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종로학원은 2025학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 대학 26개 중 17개가 수시 경쟁률이 6대 1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반학과 기준으로 수시가 6회 지원이 가능한데 6대 1이 넘지 않는다면 사실상 '미달'로도 볼 수 있다"며 "수능 최저를 못 맞출 경우에는 더욱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지역 학생들의 의대 진학 여부는 수능 성적에 달렸다. 지역인재전형의 상당수는 수시모집으로 선발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학들이 해당 전형에 '수능 최저등급 기준' 충족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는 대학 중 수능 최저등급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은 건양대와 순천향대 두 곳뿐이다.
수능 최저 등급이 가장 높은 대학은 '4개 등급 합 5'로 영남대 지역인재전형(37명)이다. '4개 등급 합 6'(219명)도 까다로운 편인데, 순천향대 지역인재교과(36명), 동아대 지역인재교과 종합(47명), 전북대 지역인재(74명), 을지대 지역의료인재(62명)전형 등이 이러한 조건을 내걸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선발 인원이 늘었지만, 수능 최저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며 "'인재 풀'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대학들도 수능 최저 조건을 없애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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